구조개혁 지리멸렬… 한국경제 이대론 안된다

1962년 이후 처음 기록할판
정부, 노동시장 개혁 등 무산
국회는 경제활성화법 ‘발목’
“통화·재정 특단대책 필요”

올해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2%대 후반으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경제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지난 1962년 이후 처음으로 4년 연속 잠재성장률(3% 중반)을 밑도는 성장률을 기록,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노동시장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물 건너갔고, 국회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면서 각종 경제활성화 정책 추진도 지리멸렬하기 그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 2.3%로 하락한 뒤 2013년 2.9%, 2014년 3.3%에 이어 올해도 사실상 2%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제시했지만, 구조개혁과 통화·재정정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거나 대규모 국세수입 결손이 발생하면 2%대 후반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까지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무르게 될 경우 한국 경제는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4년 연속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내외 위기를 맞았을 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적도 있지만, 4년씩이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세가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렇듯 한국 경제가 미증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데도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안이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해온 노동시장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무산됐고, 경제활성화 법안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각종 정책들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한국 경제의 흐름을 보면 장기 침체를 겪은 국가들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한국 경제의 생산성 저하 추세가 개선되지 못할 경우 앞으로 5년 뒤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 중반으로 떨어지고, 2020년대에는 1%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현재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이 결합된 형태의 경기 침체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조개혁과 통화·재정정책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