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원유철(왼쪽)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홍용표(오른쪽) 통일부 장관 등 당정 주요 관계자들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남북관계 관련 회의를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北 SLBM 등 위협 가중
논의땐 잘못된 신호 우려
대북 기류는 교류에 방점
北 실질변화 없어 딜레마
정부와 새누리당이 오는 24일 5주년을 맞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전면 해제는 북한의 변화 없이는 어렵다는 입장을 22일 재확인하면서 ‘공’을 북한으로 다시 넘겼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해제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사출 시험 등 연일 도발적 행동과 언사를 쏟아 놓는 상황에서 먼저 선제적으로 5·24 조치 해제를 논의하는 것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는 의견이 당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정부와 여당에서 북한이 도발 국면으로 전환하는 이 시점에서 5·24 조치 해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 대북 압박·제재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5·24 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여당의 방점이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더 찍혀 있는 기류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정부 집권 3년 차인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잡으려는 정부로서는 남북교역 중단과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5·24 조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원칙과 유연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한 셈이다. 정부가 5·24 조치 일부를 무력화·형해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예외사항”이라고 규정한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며, 지난 4월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비료 15t 지원을 허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이날 당·정 협의회에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는 남북관계의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원유철 새누리당 의원도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핵 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5·24 조치 해제는 어렵지만, 인도적 지원이나 나진·하산 개발, 개성공단 등과 같이 제3국이 함께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5·24 조치의 예외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측이 전혀 반응이 없는 데다, 남측의 유화적 태도를 단기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공포 통치’에 따른 북한 내부 상황이 매우 유동적이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처럼 남측의 지원을 군사용으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에 가장 중요한 문제인 북핵 논의가 실종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전직 고위 관리를 지낸 외교 소식통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이중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면서 뚜렷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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