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진 교수의 드라마 세상>파국의 학교 그리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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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계층 상승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고, ‘학교’는 교육 기관이란 껍데기만 남은 꼴로 유지되고 있다. 사전에 등재된 뜻을 바꿔야할지 모를 정도로 참담한 학교와 교육 현실이다. KBS의 학교 시리즈 드라마가 방영될 때마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래서이리라. 이번에는 ‘집단 따돌림’이다. 집단 따돌림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문제로 부각되어 있었기 때문에 자칫 식상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의 대부분이 집단 따돌림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학교 2015 후아유’는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죽음의 위기에 처했던 18세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학교와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언론 보도에서 접하던 집단 따돌림은 미스터리 기법을 통해 극적인 소재로 전이된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쌍둥이 자매의 죽음 또는 실종 그리고 역할 바꾸기 등이 미스터리하게 전개되면서 극적 흥미를 자아내는 것이다.

경남 통영의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쌍둥이 동생 이은비(김소현)는 집단 따돌림을 당하다 못해 퇴학까지 당하자 죽을 결심을 하고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다.

한편 서울의 부유한 집에 입양되어 부족한 것 없이 생활하던 쌍둥이 언니 고은별(김소현)은 통영으로 수학여행을 왔다가 자살 직전의 쌍둥이 동생을 구하고 죽는다. 이은비는 죽음 직전에 기억을 잃었다가 깨어나 자신을 고은별로 착각한 엄마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돌아가 영문도 모른 채 쌍둥이 언니의 삶을 살게 된다. 대신 이은비는 죽은 것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은비를 집단 따돌림시키던 강소영(조수향)이 경남 통영의 누리고등학교에서 서울의 세강고등학교로 전학을 오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통영에서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이은비가 서울에서 고은별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강소영에 의해 밝혀지지만, 어린 시절부터 고은별을 좋아했던 한이안(남주혁)과 고은별로 살아가는 이은비를 좋아하게 된 공태광(육성재)이 강소영의 위협으로부터 고은별(이은비)을 지켜주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검사 아버지의 힘만 믿고 안하무인 친구를 괴롭히던 강소영이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처한 데다 죽은 줄 알고 있던 고은별이 살아 돌아오고, 1년 전에 발생한 정수인 사망 사건에 고은별이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집단 따돌림만이 문제가 아니다. 학교 관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교감이 자본과 권력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양식 있는 교사들은 자식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에 의해 휘둘린다.

그런가 하면 학생들은 기성세대의 요구를 따라가느라 숨이 막힌다. 수행평가 점수 때문에 학교에 찾아와 억지를 부리는 엄마 때문에 순간적으로 죽음의 충동에 사로잡혔다가 “엄마, 날 잃는 것보다 엄마 욕심 버리는 게 낫지 않아요?”라며 눈물을 터트리는 박민준(이다윗)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입시 위주의 교육 문제와 그로 인해 황폐해지는 학생들의 인성 문제는 ‘학교’와 ‘교육’의 사전적 의미를 무색하게 만든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