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이야기>사달／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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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한 것과 다르게 표를 던져 사단이 났다.

누리과정 지원금 제도가 기어이 사단이 났다.

집권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난 영국 총선 결과를 초접전으로 예측했던 영국 여론 조사 기관들이 조사 방식 등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됐다는데요. 첫째 인용문은 여론 조사 기관 중 한 곳인 유거브의 대표가 한 말입니다. 둘째 인용문은 어느 신문의 사설에 실린 글인데요. 예산 배정 과정의 힘겨루기로 지자체들의 예산 집행이 미뤄지면서 보육대란이 확산되는 상황을 ‘사단이 났다’고 표현했습니다. 여기서 ‘사단이 났다’는 ‘사달이 났다’고 해야 맞습니다.

먼저 ‘사단’은 한자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가진 단어인데요. 그중 ‘시작, 실마리, 끝’을 뜻하는 ‘단(端)’이 들어간 사단(事端)과 사단(四端)에 대해 알아볼게요.

사단(事端)은 ‘사건의 단서 또는 일의 실마리’를 뜻하는데 端을 ‘시작’이 아닌 ‘끝’의 의미로 보면 ‘일이나 사건의 끝’으로 잘못 해석할 여지가 있지요. 더 나아가 ‘일이 잘못됐다’로 확대 해석해 ‘사단이 났다’로 잘못 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의미상 ‘∼이 났다’와는 호응이 되지 않지요.

사단(四端)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을 뜻하는 말로, 이 또한 ‘∼이 났다’와는 호응이 되지 않습니다. 인용문에서는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사달’을 써야 하는데요. 글뿐만 아니라 입말로도 잘못 쓰는 사례가 많습니다.

‘사단(事端)’은 잘 찾아야 하고, ‘사달’은 나지 않게 미리 조심하는 게 최선일 텐데요.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는 얄팍한 거짓말로 자신이 힘들게 쌓아온 명성에 먹칠을 하거나,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치명상을 입는 사람들을 언론에서 접할 때면 ‘말이든 술이든 과하면 사달이 난다’는 걸 절로 새기게 됩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