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강동경희대병원4차감염 ‘변수’로

3차 감염자 두 병원 거쳐
격리까지 수 시간 지체
접촉한 386명 상태 주목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76번째 환자(여·75)가 거쳐 간 건국대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을 보건당국이 4차 감염 확산 여부의 핵심 장소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76번째 환자는 지난 5월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고칼슘혈증 질환으로 내원했으며, 이때 30여 명의 3차 감염을 일으킨 ‘슈퍼 전파자’인 14번째 환자(35)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됐지만, 76번째 환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서울 송파구 A요양병원에서 머무르다 엉덩이뼈가 부러져 지난 5∼6일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수술을 받기 위해 6일 건국대병원에 입원하는 등 총 3곳의 의료기관을 거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진료 당시 가족들은 76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던 사실을 숨겼고, 건국대병원에 입원한 6일 오후가 돼서야 고열증상이 심해지면서 메르스 환자로 의심돼 격리됐다.

그러나 이 환자가 지난 5일부터 발열 증상을 보이다 7일 건국대병원 응급실에서 확진 판정을 받음에 따라,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경유 당시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뒤늦게 76번째 환자가 접촉한 건국대병원 147명과 강동경희대병원 239명에 대해 접촉자로 분류해 격리 조치를 시행했지만, 접촉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첫 번째 환자에 의한 2차 감염과 2차 감염자에 의한 3차 감염까지는 발생했지만, 3차 감염자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병이 확산되는 4차 감염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에서 76번째 환자와 접촉한 사람 가운데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하면 4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어서 보건 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국대병원 관계자는 “76번째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던 사실을 숨긴 탓에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며 “76번째 환자와 접촉한 의료진 38명과 원내 입원 환자 40여 명을 대상으로 격리 관찰 중”이라며 “응급실에 대한 소독을 마치고 폐쇄해 현재는 심정지 등 초응급 환자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