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案, 유승민이 제동 ‘비상’… “제 때 투입못하면 효과없다”

與 구체적 세출리스트 요구에
정부 15조원 사용처 발표못해
“2013년 추경선 리스트 없었다”

국회심의·野와 협의 등 시간걸려
골드만삭스 “추경, 국회가 리스크”

경제활성화법 국회 통과 실적
31건중 유원내대표 취임후 6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1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힌 뒤 “사용처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먹구구식 경기 대응으로 나랏돈만 낭비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움직임이 다급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정부가 추경의 사용처를 못 정한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자세하게 추경 사용처를 내놓으라고 해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6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17조3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추경을 편성한 2013년의 경우에도 정부가 추경 편성 사실을 알리는 보도자료는 단 4페이지에 불과했다. 추경의 사용 내역으로는 세입경정(경기침체에 따른 세입결손 보전) 12조 원, 세출 확대 5조3000억 원(기금 포함시 7조3000억 원)이 제시됐다.

그러나 세출 확대의 내역으로는 △일자리 확충·민생 안정 3조 원 △중소·수출기업 지원 1조3000억 원 △지역경제 활성화 및 지방재정 지원 3조 원 등 큰 범주와 금액 및 몇몇 예만 제시됐을 뿐이다. 2013년 추경 발표 당시에도 새누리당이 현재 주장하는 것 같은 ‘세출 리스트’는 없었다는 얘기다. 추경은 긴급한 경기 침체나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자세한 ‘세출 리스트’까지 작성할 경우 실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이 지금이라도 추경 규모에 대해 동의해준다면 수십 년 동안 예산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온 기재부가 당장에라도 2013년 추경 발표 당시 수준의 자료는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내에서는 어차피 당정이 합의해도 국회 심의 절차가 남아있고, 야당과의 협의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렇게까지 추경의 사용처를 추궁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재부는 새누리당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불만도 제기하지 않고 있다. 추경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집권여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새누리당은 갑, 정부는 을’인데, 유승민 원내대표 취임 이후 새누리당의 ‘갑질’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가 취임한 뒤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 실적은 전체 31건 중 6건이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개혁’이라는 말조차 민망한 수준에서 야당과 합의했고, ‘정치는 타협’이라는 미명아래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경우도 다반사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재정 부양책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면서, 단서를 달았다. 골드만삭스는 “정부의 추경안이 내달 국회를 통과해 제때 시행될 경우 의미 있는 경기 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 효과’의 최대 리스크(위험)로 국회를 지목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의 생명은 ‘속도’이기 때문에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추경안을 제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예산실 직원 대부분이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