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지금은 그런 얘기할 수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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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계 의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대화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당청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오후 국회에서 뉴시스와 만나 “사퇴 요구를 일축한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또 “친박계 의원들과 자리를 따로 마련해 대화를 나눌 생각이냐”는 질문에 “자리를 만드는 건 아니다. 개별적으로 만나 대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 원내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25일 의원총회를 통해 ‘국회법 재의결 불가-유승민 원내대표직 유지’라는 결론이 내려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당내 갈등 수습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대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 원내대표가 거취에 대한 결심보다는 대화로서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결정과 마라톤 의원총회를 통한 입장 정리가 진행된 지난 25일 숨가쁜 시간을 보낸 유 원내대표의 솔직한 심경을 듣기 위해 뉴시스는 이날 저녁 유 원내대표의 개포동 자택 앞에서 자정 넘게까지 기다렸으나 그를 만나지 못했다.

26일 오전 출근시간 전부터 다시 유 원내대표를 기다렸으나 이 때도 조우하지 못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께 새누리당 정책위 2015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 참석해 준비해온 사과입장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국정을 이끌어나가며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해 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유 원내대표가 의원회관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의원회관 사무실에 갔으나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6시께 “차나 한 잔 마시고 돌아가시라”며 드디어 사무실 문이 열렸다.

유 원내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시간은 15분정도여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는 없었으나 그의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인터뷰 중간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렸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대화 도중 깊은 한숨을 쉬기도 하는 등 현 상황에 대한 해법 마련에 고뇌하는 유 원내대표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 “지금 상황에서 내가 뭐라고 말을 하겠냐”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는 “현재는 상황이 진행중이니까.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면, 견해를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진행중”이라는 표현에서 거부권 정국의 한 가운데에 있는 유 원내대표가 향후 사태 수습을 위해 면밀히 정세를 분석하면서 정면돌파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다.

유 원내대표는 우선 주말 동안 친박계 의원들을 ‘1 대 1’식으로 접촉하면서 당 화합을 위한 설득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은 오히려 친박 대 비박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김무성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어 당내 혼란만 가중시키게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 8명은 지난 26일 저녁 회동을 갖고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오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를 공식화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을 거치면서 유 원내대표의 대화 정치가 어떤 결실을 거둘 지 주목된다. 다음은 유승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어제 오늘 집 앞에서 기다렸는데.

“미안하다. 그런데 짚앞에서 아무리 뻗치기를 해도 내가 말 안할 때는 아예 안하기 때문에 제발 고생하지 마시라. 제가 입을 딱 닫으면 아무 얘기 안해요.”

-문자도 남겼는데.

“못봤다. 어제부터 문자가 쇄도해서 보지 못한게 많아서 2, 3일만에 겨우 답할 때도 있고 그렇다. 이해해달라.”

-지금 정국의 중심에 계시니까 워낙 궁금한게 많아서.

“오늘 (정책자문위 행사에서) 얘기 많이 했잖아요.”

-전날 의총에서 재신임을 받고 오늘 사과 말씀도 하셨는데 청와대와 친박계의 태도가 강경하다.

“태도가 왜 안 누그러졌는지는 그쪽을 취재하셔야...”

-친박계 의원들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계속되고 있는데 기존 입장(원내대표직 유지)을 유지하시는건가.

“제가 할 말 있으면 하는데 지금은 내가 그렇잖아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친박계 의원들과 대화자리를 만들건가.

“아니다. 자리를 만드는 것은 아니고 개별적으로...(대화를 하겠다)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제쯤 입장을 밝힐 건가.

“지금 상황에서 저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진행 중이라서 상황이 정리되면 얘기할 기회를 갖겠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