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특수’로 내수 한계 극복 “경협패러다임 변화 필요하다”

“북·중·러 접경지 개발 등 우리기업 손 놓아선 안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년 만에 ‘남북경제교류 신(新)5대 원칙’을 제시한 것은 한반도 주변의 경제 환경 변화로 남북 경제 관계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한편, 노동력 집중 산업의 이전 등 산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에서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재계의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에서 ‘북한 특수’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경련 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남북경제교류의 뉴패러다임과 경제교류 활성화’ 세미나에서 “과거의 ‘지원과 압박’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서 남북한이 상호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중심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며 신5대 원칙을 제시한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무는 “경제관계가 깊어지면 정치·군사적 긴장이 있더라도 파국에는 이르지 않는다”며 “북한 경제개발은 북한이 주도한다는 원칙 위에서 남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주변국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전무는 “경제 중심의 남북관계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방법”이라며 “평양사무소가 생기면 남북 경제교류에 있어 유익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중국 경제의 급성장과 중국, 러시아 등 북한 주변국들과 북한과의 경제적 관계 발전도 남북 경제 관계 변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전경련이 1995년 ‘남북경제협력 5대 원칙’을 발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함께하는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했고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더 이상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정봉호 전경련 국제경제팀장은 “남북경제교류 신(新)5대 원칙의 기본 정신은 북한을 더 이상 ‘지원’해 줘야 할 상대로 보지 말고, 남한과 북한이 동등한 경제적 관계에서 남북 모두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협력을 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