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늪에 빠진 교육계-上>수업중 제자 가슴 만지고… 교수가 남학생 나체 촬영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전승훈 기자 jeon@

“속옷 끈 찾으며 쓰다듬음…”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 추행’ 학생 메모 공개

“죽이겠다” 협박하며 더듬고
학교서 만취 상태로 범행도

어린이집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육기관에서 잇달아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육계가 진흙탕에 빠진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은 미미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의 모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과학 담당 교사 A 씨가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학생들의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학교 5학년 학부모들은 피해 학생들이 과학 교사가 성추행한 내용을 작성한 메모장을 공개했다.

피해 학생들이 적은 메모장을 통해 ‘어깨와 몸을 쓰다듬거나 주무르고’ ‘볼을 꼬집고’ ‘백허그(손을 가슴 쪽으로)’ ‘속옷 끈을 찾으며 쓰다듬음’ 등의 피해 사실이 드러났다. A 교사는 학생들을 상습적이고 지속해서 성추행했고, 지난해부터는 신체적으로 성숙한 학생들에 대한 성추행의 강도가 심해졌다고 학생들은 경찰 피해자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A 교사에 대해 수업중지명령을 내리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앞서 6월에는 부산에서 중학교 50대 체육교사 B 씨가 체육교사실에서 만취 상태로 여학생 2명의 얼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해당 사건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B 교사는 성추행에 앞서 학생들에게 “도끼로 죽여 버리겠다”며 욕설을 하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에는 술에 취해 남자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충북의 한 국립대 교수 C 씨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C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청주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함께 술을 마신 뒤 잠든 제자의 나체 사진을 찍고, 2013년 12월에도 또 다른 남자 제자 2명의 몸을 더듬거나 신체 사진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처럼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성범죄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가해 교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사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교내 자체 감사를 거친 뒤 교육청 감사, 경찰 조사가 차례로 이뤄지지만 실제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피해 교사들은 교육계 자체 성범죄 조사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 가해자가 감독기관인 교육청의 감사관이나 감사들과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혀 있어 각종 사건이 발생해도 제 식구 감싸기 식 감사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성추행 등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교육청에 신고하지 않는 교사들도 많다. 이번 서울 G공립고교 피해 교사 중 한 명은 “교육기관은 학연과 지연관계 등이란 특수성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각종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G고교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이 감사관과 직원들의 알력으로 내홍에 휩싸인 것은, 당국의 감사 시스템이 얼마나 미흡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번 성추행 사건을 맡은 변호사 출신의 감사관이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감사팀장을 지난주부터 해당 사건 감사에서 배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교육계에서는 잇따른 교사 성범죄 사건 발생으로 교권 추락 우려가 현실화되는 등 교육 현장에 혼란이 극심한 만큼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는 성범죄로 파면·해임 처분이나 형을 받은 교사는 교원 자격을 박탈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하지만 더욱 강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성범죄 교사는 교직 추방은 물론 연금까지 삭감하는 등 강력한 근절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정유진·오명근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