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분단 70년>知得·改悛·見習… 식민시대 법률용어 여전

일제 표현 70% 이상 그대로
문자만 한자일뿐 日語 많아
법무부 표현·한자 순화 작업

생활 속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일본식 용어 청산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문이나 법률 용어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일제식 표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17일 법제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전수조사를 통해 선정한 일본식 법령 용어 가운데 전체의 28.8%에 해당하는 87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아직 일본식 법령 용어 70% 이상이 남아 있는 셈이다.

법률 용어나 법조문에서 사용되는 일부 일제식 표현들로 인해 법률가가 아닌 사람들은 해석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는 비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자를 뜻으로 읽는 훈독(訓讀) 한자어의 경우, 쓰기만 한자로 쓴 것일 뿐 순수한 일본어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견습(見習)’, ‘지득(知得)하다’ 등이다. 각각 ‘수습’, ‘알게 되다’라고 표현해야 한다. 법조문에 주로 등장하는 ‘경(輕)한’, ‘심신장애’, ‘개전(改悛)’ 등도 전형적인 일본식 표현으로 각각 ‘가벼운’, ‘정신장애’, ‘뉘우치는’ 등으로 순화해 표현할 수 있다. 단어뿐 아니라 수식이나 표현 등의 문제도 여전히 일본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심판의 공정’(공정한 심판)처럼 ‘~의’라는 표현이 남발되는 것도 일본식 잔재 중 하나이며,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처럼 법령 이름을 띄어 쓰지 않고 그대로 붙여 쓰는 관행도 일본식이다.

이에 법제처는 올해 말까지 전체의 55.6%에 해당하는 168건에 대한 정비를 완료하고, 2016년 이후 나머지 134건에 대한 정비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형사법 개정 특별분과 위원회는 지난 7월 29일부터 법제처·한국형사정책연구원·국어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형법에 남아 있는 일본식 표현과 어려운 한자를 순화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법제처는 우편법 시행령 등 14건의 법령에 쓰인 ‘가료(加療)’라는 단어를 ‘치료(治療)’로 바꾸기로 하고, 5건에 대한 정비를 마쳤다.

특히 2002년 개정 민사소송법은 한문투의 문어체와 일본어식 표현을 대폭 교체했으며, 그 결과 판사들이 작성하는 판결의 문투도 상당 부분 개선됐다. 예를 들어 ‘금원’은 ‘돈’으로, ‘하자’는 ‘흠’으로 변경했으며, ‘복멸하고’는 ‘뒤집어엎고’, ‘등기를 경료했다’는 ‘등기를 마쳤다’ 또는 ‘등기를 해주었다’ 등으로 교체했다. 특히 판결문에서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인용하다’도 ‘받아들인다’로, ‘형해화되고’를 ‘있으나 마나 하게 되고’로, ‘설시하다’를 ‘설명하다’ 등으로 바꿀 것을 권장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