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이언스>컴퓨터 도움받는 스크린골프 ‘쇼트게임’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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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골프와 필드골프 차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기록을 달성한 박인비(27)가 만약 실내에서 하는 스크린 골프(사진)를 한다면 점수가 얼마나 나올까. 좋은 기록이 나오긴 힘들 것 같다. 전문 프로 선수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스크린 골프를 해봤을 리도 없고, 또 ‘낯선 상황’에선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크린 골프는 한동안 ‘실전’ 골프의 대체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필드에서 하는 골프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고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지갑이 얇은 샐러리맨들의 사랑을 받았다. 스크린 골프의 컴퓨터 시스템은 샷별로 매우 요긴한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했다. 초보자들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공과 홀컵까지의 거리를 가늠하고 경사면의 각도를 정확하게 읽어내 자신의 플레이에 응용할 수 있었다. 골프를 이해하고 실력을 늘리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 실력이 진짜 골프 실력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컴퓨터 데이터의 도움을 받기에,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실전에서는 당연히 실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쇼트게임에서 드러난다. 벙커 샷이나 어프로치 샷, 퍼팅 등에서 특히 그렇다. 스크린 안에서는 쇼트게임의 실패가 드물다. 임팩트가 빗나가는 등 실수가 나오더라도 공을 맞히기만 하면 공은 앞으로 굴러 나가게 돼 있다. 필드라면 더프 샷(공의 뒤쪽 땅을 치는 샷)이나 토핑(공의 윗부분을 치는 것)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지만 스크린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 그만큼 타수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스크린 퀸’이라고 불릴 정도로 스크린 골프의 강자였던 최예지(20)는 2013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출전했으나 ‘실격’당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스크린에서는 박인비가 부럽지 않았으나 정작 필드에서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감각에 의지해 모든 걸 계산해야 하는 필드는 아늑하고 편리한 스크린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하지만 스윙 샷에 있어서는 스크린과 필드의 상관성이 높다고 보는 주장도 있다. 자신의 스윙 폼만 일정하게 갖고 있다면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에서 스크린과 필드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프로 선수들은 일정한 스윙 동작을 유지하고 있다. 스윙의 ‘항상성’이 있기 때문에 어디서든지 비슷한 궤도와 비거리가 나온다. 스크린이라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다만 스크린 센서에 맞춰 스윙을 변형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의 김광준 박사는 “스크린 골프와 필드 골프의 상관성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며 “20m 안팎의 쇼트게임에서는 스크린과 필드의 차이가 있지만 드라이버 샷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스크린과 필드의 상관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도움말 = 김광준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