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산업>“누적된 불신 탓 국산차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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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문가 김필수 교수

“연비 면에서는 약간 뒤처진다고 봐도 안전성이나 엔진 성능에서는 국산차 수준이 낮은 게 아니에요. 다만 과거 국산차의 독과점 시기에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때부터 누적된 부정적 시각으로 인해 국산차 품질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어요.”

자동차 분야 전문가인 김필수(자동차학·사진) 대림대 교수와의 24일 전화 통화에서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차의 단점으로 안전성, 연비, 엔진 성능을 꼽았다”는 얘기를 건네자 곧바로 돌아온 대답이다. 김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국산차의 비교 대상도 높아졌다”며 “여기에 국산차가 소비자 신뢰를 쌓지 못한 점이 결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단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를 국산차의 비교 대상으로 올리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현대차 같은 대중 브랜드와 BMW나 벤츠와 같이 세계 어디서든 고급차로 통용되는 차를 견주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동급 사양이라고 해도 가격부터 비교가 되지 않는데 막연히 ‘벤츠보다 현대차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김 교수는 안전성에서 현대차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이 미국 내 충돌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하는 등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다고 봤다. 또 엔진 성능에서도 최근 다운사이징과 DCT 변속기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데서 알 수 있듯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그러나 그는 연비와 관련해 디젤 승용 부분에서 국산차가 뒤처지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디젤차는 유럽에서 두 대 중 한 대꼴에 이를 정도로 보편화했지만 아직 국산차 업계의 디젤차 개발은 시작 단계다. 수입차 업체에 비해 국내 업체의 고연비 디젤차 개발 노하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국산차에 대한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현대차가 벤츠, BMW처럼 고성능차 개발에 나선 점은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