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부검 맡았던 황적준 고대교수, 서울대 교수들과 상의한 후 “다 입막을 자신있나” 당국 압박 결국 진실 알려지는 계기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윤성 교수가 서울대 의대 뜰에 있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 비(碑) 앞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시각에서 원격진료 도입 등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의대 학부 공부를 마친 후 전공을 선택할 때 남들이 안 하는 쓸데없는 과목을 선택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온 거죠.”

이윤성 회장은 자신이 전공한 해부병리학에 대해 ‘쓸데없는’ 이라는 수사를 붙였는데, 묘하게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국내 법의학 2세대의 대표 주자로서, 최고 권위를 지닌 부검 전문의로서 여느 의사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최진 전 가톨릭의대 교수,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 등 법의학 1세대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 황적준 고려대 명예교수 등 선배 그룹과도 가깝게 지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우리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부검의였던 황적준 고려대 교수가 부담을 크게 느꼈던 모양이에요. 당시 당국은 책상을 ‘탕’ 치니까 ‘억’하고 쓰러졌다고 했잖아요. 황 교수는 부검 사진을 놓고 동년배인 이정빈 서울의대 교수와 상의했어요. 거기에 제가 후배로서 끼었지요. 당국의 압력이 오니까, 황 교수는 ‘내 입만 막으면 안 된다. 서울 의대 교수들 입 막을 자신 있냐’고 했습니다. 결국 고문치사의 진실이 알려졌지요.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사건을 맡은 부검의들은 동료들과 자료를 공유해야 한다는 노하우가 생겼지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의로서 활동한 그는 지난 2003년 책 ‘법의학의 세계’를 펴내 이 분야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각종 학회와 기관 일을 맡아 활동해 왔다. 다양한 일로 참 바빠 보이는 그는 건강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을까.

“건강요? 잘 먹어요. 그 대신에 학교 안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을 합니다. 오래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하하.”

△1953년 강원 강릉 생 △서울고, 서울대 의예과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석사 및 박사 △경상대 의대 해부병리학 교수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1986∼)△한국의학교육학회 회장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대한의료법학회 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자문위원 △현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 제22대 대한의학회장, 대검 과학수사자문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