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위기의 醫藥시스템’>누구를 위한 13조 健保흑자인가… ‘국민의료개선’ 투자 절실

1~2인실·음압병실 확대 등
수백억 이상 재원 마련 필요
‘경영난’의료계 투자에 한계

정부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후속 대책으로 국가감염병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재원 마련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어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저(低)수가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1∼2인실과 음압 병상을 확대하고 응급실을 확장하는 등의 정부 대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유지를 위해 의료비와 약값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펼쳐온 탓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건보 재정의 누적 흑자를 13조 원 가까이 쌓았지만, 그만큼 국민들이 받는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로 드러난 취약한 의료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건보 흑자 재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행위 대가인 건보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해 많은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를 남발하거나 1분 진료 등의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건보 재정을 13조 원 가까이 적립해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 설명이다.

건보 재정은 흑자가 누적되는 반면, 국민 전체의료비 중 건보가 부담하는 비율인 건보 보장률은 지난 2009년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건강보다는 건보 재정 절감에 치우쳐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후속 대책을 의료기관이 수행하려면 수백억 원 이상의 재원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이날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응급실 및 병실 환경 인프라 개선에만 500억 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 책임차원에서 재원을 마련해 투자하겠지만, 다른 병원들이 인프라 개선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감염병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이 감염병 관리에 비용을 투자할 수 있도록 재정 구조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