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분노·하원의장 혹평… 힐러리 이메일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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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부, 홈페이지에 4368건
형사범죄 기소 가능성은 낮아
워싱턴 政街의 실상 담겨 눈길

미국 국무부가 최근 추가 공개한 힐러리 클린턴(사진) 전 국무장관의 개인 이메일은 클린턴 전 장관의 숨겨진 개인적 면모뿐 아니라 워싱턴 정가의 생리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일 보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패드 충전이나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에 익숙하지 않아 한다거나, 국무부 기밀용 이메일 사용에는 복잡하다면서 짜증을 내는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최측근에게 이란부터 존 베이너 하원의장까지 각종 현안을 자문한 사실도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추가 공개된 이메일에서도 특별하게 기밀로 분류된 정보는 없다는 것이 국무부의 판단이어서 클린턴 전 장관이 사법 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AP통신과 WP 등에 따르면 국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 공개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은 2009∼2010년 총 4368건으로, 총 7121쪽에 달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이메일은 이번을 포함,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부에 제출한 이메일 전체의 25% 정도로 1만3269쪽이다. 이 중 125건에 기밀 분류 등급의 최하 등급인 대외비(confidential)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재임하던 당시에 기밀 분류된 내용은 없었다고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밝혔다. 클린턴 전 장관이 기밀 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유출한 정황이 없다는 의미로, 클린턴 전 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 의혹과 관련해 형사 범죄로 기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AP통신은 전망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 내용에서 드러난 클린턴 전 장관의 개인적 면모와 측근 인사들의 성향 등도 집중 보도했다. WP는 “클린턴 전 장관의 측근들은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꽤 오랫동안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고 분석 보도했다.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클린턴 전 장관이 최측근인 시드니 블루멘털에게 각종 현안에 대해 조언을 구했는데, 가끔 너무 정제되지 않은 조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루멘털은 클린턴 전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베이너 의장에 대해 “수상쩍은 사람으로 알코올 중독이고 게으르며, 어떤 원칙도 없다. 근심 걱정에 찌든 데다가 뻔하고 텅 빈 인물”이라고 악평했다.

또 이메일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패드 충전법을 몰라 묻는 내용부터 클린턴 전 장관의 연설이나 강연을 극찬하는 국무부 직원들의 ‘아부’ 발언까지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0년 7월 측근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패드 충전법이나 뉴스 앱 업데이트 방법을 물었으며, 2010년 2월 제이컵 설리번 국무부 정책기획국장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발표한 공개 성명을 보내달라고 지시했다가 “기밀 분류 과정을 거치고 있어 당장 보낼 수 없다”는 답변에 “이건 공개 성명이잖아. 그냥 내게 이메일로 보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