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로 갈라진 ‘高大 선후배’ 강만길·김정배

강만길·김정배 인연 주목
高大 선후배…함께 교편
姜, 김위원장 사퇴 촉구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찬반논란이 격화되면서 같은 대학에 재직했던 선후배 사이인 역사학계 원로 2명이 서로 반대편에 서게 됐다. 주인공은 강만길(82) 전 상지대 총장과 김정배(75) 국사편찬위원장. 학문적 영역과 성향은 다르지만 한때 책을 공동으로 저술하기도 했던 저명한 두 역사학자가 한국사교과서 문제로 서로 다른 진영에 속한 것에 대해 학계 안팎에서 ‘우리 시대의 씁쓸한 초상’이라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22일 학계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고려대 사학과 5년 선후배 사이다. 강 전 총장이 1959년, 김 위원장은 1964년 졸업했다. 강 전 총장이 1967년 고려대 사학과 조교수로 임명됐고 김 위원장이 1977년부터 같은 과 교수를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은 강 전 총장이 정년 퇴임하는 1999년까지 함께 교편을 잡았다. 강 전 총장은 조선 시대 상공업사 등 근현대사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김 위원장은 고대사 부문에서 돋보이는 학자였다.

강 전 총장은 역사학계에서 대표적인 진보학자로 꼽힌다. 김 위원장은 이번 국정 한국사교과서 추진 과정에서 보수적 성향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되지만, 과거엔 뚜렷한 이념적 지향점을 보이진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1986년에 ‘세계사에 비춘 한국의 역사’ 13판 개정판을 공동으로 저술했을 정도로 학문적으로 서로의 성취를 인정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을 밝히면서 두 사람은 반대편에서 서로를 겨누게 됐다. 급기야 강 전 총장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철회 촉구 한국 사학계 원로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강 전 총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은퇴 후 강원 양양군에 거주하고 있어 어제 기자회견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성명서에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라는 내 오랜 소신을 밝히기 위해 참여하게 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