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防産부패’에 무너지는 安保>709종 계약 뒤 354종 이행 제시… 조치없이 ‘국산화 협력업체’ 유지

핵심기술 필요성 검토 없어
임의로 축소해도 보완 없어

29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에서는 방위사업청이 각종 국방핵심기술을 국산화하는 데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해군전력 증강사업 추진실태’ 감사에서 방사청의 기술협력생산 사업을 조사한 결과 방사청은 사업의 핵심기술 여부나 운용·유지 필요성도 체계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분야 핵심부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을 경우 국산화를 위한 기술협력생산이 필요하다.

기술협력생산이란 외국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외국 원제작업체와 기술협력을 통해 생산 권한을 양도, 대여받거나 지원하에 국내업체를 통해 생산하도록 하는 것이다. 2006년 방사청 개청 이후 해군함정 건조사업과 관련해 기술협력방식으로 도입된 무기체계는 7870억여 원에 달한다. 그러나 방사청은 업체들이 제출한 국산화 계획에 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업체가 계약상 계획보다 임의로 축소한 내용을 추진해도 보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계약을 체결한 업체는 당초 제출한 차기수상함구조함 탑재용 발전기에 대한 국산화 계획에서 709종을 국산화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세부 이행계획서에서 겨우 354종만을 국산화 품목으로 제시했는데도 방사청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또 해당 업체가 국산화한 품목 중에는 명판이나 나사 등 국산화의 의미가 없는 단순 부품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또 다른 업체는 차기상륙함 탑재용 디젤엔진의 23개 품목에 대해 국산화를 하겠다고 제시했으나, 국방기술품질원에 제출한 세부이행계획서에는 10개 품목만 제시했다. 방사청은 이를 감사원의 감사 때까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감사원은 한 업체의 경우 차기수상함구조함 탑재용 디젤엔진에 대한 기술협력생산을 하기로 해놓고 아직 원제작사와 세부 사양을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방사청은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업체들이 기술협력생산을 부실하게 이행할 경우 위약금을 물려야 하는데, 이 기준도 불명확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청의 ‘물품 제조·구매 계약특수조건 표준’에는 국산화 미이행에 대한 판단 기준이 품목별 이행계획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금액 기준으로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