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앞둔 ‘19代 의원’ 성적표>법안가결률 4.4%<6.2%…‘직능대표·전문성’ 못살린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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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낙제점 받은 입법 실적

평균 법안 발의 51.3건으로
지역구 44.4건보다 많지만
처리율 27%로 0.2%P 낮아

백군기 45.8% 처리해 ‘1위’

경력과 무관 상임위 배정에
전문성 살리기 어렵다 지적

문화일보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공동으로 분석한 ‘19대 국회의원 입법 현황’(2015년 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비례대표들이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 강화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선거구 획정 논의 과정에서 비례대표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9일 문화일보와 바른사회시민회의의 분석 결과, 비례대표들의 법안 처리율은 27.0%로 지역구 의원들(27.2%)보다도 낮았다. 특히 발의 법안이 다른 법안과 합쳐져 대안 반영되지 않고, 철회·폐기 없이 원안에 가깝게 처리된 비율을 뜻하는 가결률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6.2%였으나 비례대표들은 4.4%에 불과했다. 가결률은 의원의 전문성 및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비례대표들이 지역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등 업무량이 과중한 지역구 의원에 비해 입법활동에 집중할 수 있음에도 법안 처리율이 낮게 나타난 것은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실제 의회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비례대표들의 평균 법안 발의 건수는 51.3건으로, 지역구 의원(44.4건)보다 많았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 비례대표들의 처리율과 가결률은 각각 29.5%와 5.9%로, 새정치민주연합(처리율 25.3%, 가결률 3.5%)과 정의당(처리율 21.4%, 가결률 1.0%)보다 높았다. 대안 반영 비율에서도 새누리당(21.8%)이 새정치연합(20.7%), 정의당(19.9%)보다 높았다. 그러나 철회·폐기·부결 비율은 새정치연합(1.2%)과 정의당(0.5%)이 새누리당(1.9%)보다 낮았다.

전체 비례대표 52명 중 최근 의원직을 승계해 아직 법안 발의 건수가 없는 장정은 새누리당·신문식 새정치연합 의원을 제외한 50명의 비례대표 중 발의 법안 처리율이 가장 높은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 백군기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다.

백 의원은 24건의 법안을 발의해 이 중 원안 가결 1건을 포함, 11건이 처리돼 45.8%의 처리율을 기록했다. 이어 의사 출신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이 71건 중 31건이 처리돼 43.7%,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출신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46건의 법안 중 19건이 처리돼 41.3%로 뒤를 이었다. 새누리당 이운룡·이상일 의원도 처리율이 40%를 넘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138건 중 52건), 남인순 새정치연합 의원(119건 중 42건),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112건 중 36건)은 100건 이상의 법률안을 발의하면서 30% 이상의 법안 처리율을 보였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44건 중 4건만 처리돼 처리율이 10% 미만이었다. 이에 대해 진 의원은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이나 당의 지향과 가치를 담은 법안은 새누리당이 완강하게 반대해 처리가 잘 안 됐다”고 해명했다. 정의당 정진후·박원석 의원, 새정치연합 임수경·장하나 의원,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도 법안 처리율이 10%대에 그쳤다.

이 같은 순위 차이는 실제 입법 활동이 주로 이뤄지는 상임위 배정과도 관련이 있었다. 태릉선수촌장을 지낸 탁구선수 출신 이에리사 의원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애초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희망했던 임수경 의원은 안행위에 속해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비례대표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임위에 떠밀리듯 배치되는 경우 전문성을 살릴 기회를 얻기도 힘든 상황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