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수단 출범 1년>장성 10명 구속, 거물 브로커 빠져나가… 비리사슬 끊긴 멀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방산비리 척결 지난해 11월 21일 김진태(왼쪽 앞에서 첫 번째) 검찰총장, 김수남(〃두 번째) 대검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에서 방위사업 비리 근절을 위한 합동수사단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총 66명 기소해 18명 실형
적발 비리 규모만 1조원대

중개상 함·정 씨 등 영장기각
범죄 흔적 없어 수사 어려움

최윤희 前합참의장 내주 소환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대전고검 차장)이 20일로 출범 1년을 맞았다. 지난해 11월 충분한 준비가 없는 가운데 출범했지만, 전·현직 장성 10명을 구속하는 등 일정 정도 수사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거물 무기브로커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최근 잇따라 기각되면서 대형 비리 수사에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물 브로커 영장 기각 = 합수단은 최근 해군 해상작전헬기(와일드캣) 도입 비리와 관련해 최윤희(62) 전 합참의장의 연루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19일에는 최 전 의장의 부인 김모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앞서 아들과 처제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단은 이르면 최 전 의장을 다음 주쯤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 전 의장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합수단이 청구했던 무기중개상 함모(59) 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함 씨가 최 전 의장의 가족들과 자주 접촉하고 최 전 의장 아들에게 500만 원을 건넨 사실 등을 확인했지만, 최 전 의장의 연루 혐의는 찾지 못했다. 함 씨의 신병을 확보한 후 최 전 의장 관련 혐의를 집중 추궁하려는 합수단의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함 씨는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과 심모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가족에게 유학비용과 사업자금을 준 혐의(뇌물공여)도 받았지만, 법원은 혐의 입증이 확실히 되지 않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합수단은 지난 7월 또 다른 거물급 무기중개상 정모(76) 씨에 대해서는 재산해외도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역시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형 방산비리는 거물 브로커들이 잡히면서 전·현직 군 고위급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브로커들이 범죄의 흔적을 점점 남기지 않고 있어 수사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 66명 기소 = 합수단은 10월 말 현재 모두 66명을 기소했고, 이 중 1심 판결이 선고된 33명 중 18명에 대해 실형 선고를 받아냈다. 총 적발한 비리 규모는 모두 1조 원이 넘는다. 기소된 전·현직 장성도 모두 10명에 이른다. 정옥근(62) 전 해군참모총장,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 이규태(65) 일광공영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이 합수단에 의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납품 사기에 대한 민사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해 부당 지급된 국고를 돌려받기 위한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합수단은 7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과거의 단발성 비리 수사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근원적인 비리를 적발했다”고 수사를 자평했다.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변호사는 “합수단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사를 열심히 했지만, 과거 ‘율곡비리’처럼 확실한 인상을 주는 결과를 내지는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