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합수단 출범 1년>“방사청 국방부서 분리·저가경쟁입찰… 실책이 부패 초래”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신 수상구조함으로 건조됐으나 구형 음파탐지기가 장착된 것이 드러나면서 방산비리 수사의 계기가 된 통영함. 뉴시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까지 도입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해군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문화일보 자료사진

“조직에 대한 최초설계 잘못
전문성 고려않은 인력 배치
부실무기 양산으로 이어져”

“무차별적 경쟁·규제 도입
기존의 방산 생태계 파괴”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돼온 방위산업 정책의 잘못된 방향이 방산부패를 키워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21일 출범 1주년을 맞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방산정책에 대한 근본적 개혁 없이는 부패와 비리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노무현정부에서 신설한 방위사업청의 초기 설계 실패, 이명박정부에서 전면 실시한 ‘저가입찰제’가 방산정책의 실패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등이 주최한 각종 방위사업 회생 토론회에서도 방산·무기획득 전문가들과 방산업체 관계자들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의 잘못된 방산정책으로 방위산업이 5년 이상 후퇴했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 첫 단추 잘못 끼운 노무현정부 방사청 =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2006년 노무현정부에서 출범시킨 방사청을 국방부에서 분리시켜 독립 외청으로 출범한 것을 비롯, 획득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력 배치 등 방사청 조직에 대한 최초 설계 실패가 방산비리와 부실 무기를 양산한 일차적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이스라엘 등 방산 선진국의 국방연구개발 및 획득전문기관 조직은 한결같이 국방부 산하에 두고 있다. 영국이 획득전문기관을 독립 외청으로 설립했다가 원상 복귀한 적도 있다. 미국의 국방고등기술연구소(DARPA), 프랑스 병기본부(DGA), 영국의 국방연구개발기관(DSTL과 QinetiQ), 일본의 기술연구본부, 이스라엘 라파엘(Rafael) 등이 국방부(일본은 방위청) 산하에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방사청 창설 때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프랑스 사례도 껍질만 베꼈을 뿐이다. 프랑스 국방부 산하 프랑스 병기본부는 1만8000여 명의 인원이 병기 장교와 민간 전문 엔지니어 등 획득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지만 방사청은 조직 비대화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근처에도 못 미친다. 방산 선진국 대부분이 획득전문기관 인력의 경우 무기·전력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국방획득전문교육기관을 수료한 이공계 계통 엔지니어나 군 전문가들로 채우는 데 비해 우리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력 배치가 무기 부실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전 세계에서 일반 공무원에게 무기사업 관리를 맡기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방사청 출범 시 외청으로 만들다 보니 공무원이 무기 관리업무에 투입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그는 “방사청이 앞으로 공무원을 70% 증원하게 되면 오히려 부패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므로 국방부·방사청·국방과학연구소(ADD), 육·해·공군 본부 전체에 대한 획득전문인력 재배치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방산생태계 파괴시킨 이명박정부의 저가경쟁입찰제=홍 대표는 “이어 이명박정부 들어 특수한 안보 사안인 방위산업에 민간시장에나 합당한 경제 논리를 무차별로 적용한 저가경쟁입찰제도야말로 각종 K계열 한국형 무기 연구개발사업 실패와 부실 무기 양산의 주범”이라고 질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9년 8월 “리베이트만 안 받아도 무기 도입비의 20%는 깎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신호탄으로 같은 해 10월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무기도입 리베이트 척결을 지시했다. 그렇게 방산업계에 도입된 제도가 저가경쟁입찰제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2006년 방사청 설립 직후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 이후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정책 프레임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명분으로 무차별적인 경쟁 정책과 각종 규제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방산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유럽 및 방산 후발국가들이 주요 무기체계에 대해 독점 체제를 유지해 방위산업을 보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방위산업은 ‘목표 우위의 대규모 투자’와 ‘성능 우위’ ‘정부 계획에 의한 수주 생산’ ‘정부 통제’ ‘수의 계약’을 특징으로 하며, ‘시장원리의 적정투자’ ‘기업이윤 추구’ ‘예측에 의한 계획생산’ ‘업체 통제’ ‘경쟁계약’을 중시하는 민수산업과 차별화된다. 민수산업에 적용해야 할 저가경쟁입찰제를 방위산업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과당 경쟁과 낮은 수익성으로 선순환적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무기 부실화와 방산 부패를 구조화시키는 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