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다이아몬드 교수가 본 북한은… “北 파국땐 주변국 모두 피해… 점진적 관여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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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제를 얘기할 때 북한 문제와 함께 패키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많은 평양 시민들이 울면서 아우성이었는데, TV화면에 비친 그런 북한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보이지 않더라.”

―눈물을 볼 수 없었다고?

“그것은, 말하자면 북한사람들의 연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런 제스처와 표정을 지어보였을 뿐이다. 위대한 지도자가 별세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북한은 아주 심대하게 변하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독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정보와 새로운 아이디어가 점점 통용되기 시작한 것인데 이것은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사람들의 이 같은 자각은 북한 사회를 근저에서부터 뒤흔드는 위험요소이다. 공포감 속에서 주체사상으로 뭉쳤던 북한사람들이 이제는 실용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체제에 대한 공포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갑작스러운 붕괴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사람들이 외부세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체제 붕괴의 징후들이 본격화했다는 얘기인데.

“물론 한국사람들은 북한의 체제 붕괴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 붕괴 시 한국에서는 수백만 명의 북한사람들이 비무장지대(DMZ)나 북·중 국경을 통해 넘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북한의 붕괴가 한국에 재난적 상황을 몰고 올 것이라는 한국사람들의 우려를 이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파국을 막기 위해선 북한에 대한 관여(engagement) 정책을 써야 한다. 이것은 북한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북한을 위해서도 아니다. 그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피하고 최대한 관리가능한 변화가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막기 위해 대북관여 정책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새로운 접근이다.

“한국과 중국, 미국이 모두 북한에 ‘우리는 북한의 체제붕괴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북한이 정치범수용소를 없애고 핵 무기를 포기한다면 체제의 현대화를 도와주겠다고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점진적으로 테러체제를 종식하고 보통의 권위주의국가로 전환한다면 체제위험을 겪지 않고 안전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북한판 헬싱키프로세스를 가동해 보자는 식으로 들린다.

“그렇다.”

―체제의 점진적 변화가 붕괴보다 고통이 덜하기 때문인가.

“체제 붕괴는 주변 모든 나라들에게 위험하다. 북한의 체제붕괴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미국에도 위험하다. 그럴 경우 대량파괴무기(WMD)가 위태로운 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있어 미국도 불안한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북한 체제를 흔들 생각이 없고 침공하거나 붕괴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다른 길을 걸으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권위주의 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으로 접근하는 전체적인 관점이 체제교체(regime change)보다 체제 진화(evolution) 쪽에 비중을 두는 것 같다.

“혁명을 평화롭게 하기는 아주 힘들다. 혁명은 거대한 도박이다. 그것이 평화적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그 결과는 다 다를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로 갈 수도 있고 러시아 푸틴식 의사(擬似) 민주주의로, 혹은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로, 중국 공산당과 같은 일당지배 국가로 갈 수도 있다. 그러니 혁명적 상황을 추구하기보다 시간이 걸려도 체제 진화를 추구하는 게 덜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랍의 봄에 영감을 준 미국의 노 정치학자 진 샤프는 비폭력적 저항을 통한 체제전복을 주장했는데 그런 노선과 다른 것인가.

“나는 진 샤프를 존경한다. 그의 비폭력 시민 저항주의를 지지한다. 그렇지만 비폭력 시민저항 운동의 메시지가 단지 체제전복(bring down)이 아니라 체제의 점진적 개혁(incremental reform)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는 점을 지지한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