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KF-X 기술이전>不信 키우는 방사청… 기밀 핑계 ‘모르쇠’

1년여에 걸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 협상 과정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의 오락가락하는 해명이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특히 4개 핵심기술 이전 무산에 이은 나머지 21개 기술이전에도 단서조항이 달린 것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표현하면서 넘어가려 했다는 것이다.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방사청의 식언과 실언은 건군 이래 최대 무기개발 사업인 KF-X 개발사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는 양상이다.

방사청 KF-X 협상팀 관계자는 9일 국방부에서 가진 21개 기술이전 관련 협상 설명회에서 “미 정부의 21개 기술 이전을 위한 수출승인(E/L) 허가가 가능한 것처럼 낙관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장명진 방사청장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다중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기술 이전 무산에 이은 나머지 21개 기술이전 전망을 묻자 “이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변했으며, 방사청 관계자들도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21개 기술 정도는 미 정부가 승인해줄 것으로 낙관한 바 있다.

그러나 결국 낙관한 것이 잘못됐다는 게 드러난 시점에서조차 낙관의 근거와 보고체계 등 의혹에 대해 국방부와 방사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미국이 기술이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 세부항목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전 거부 단서 조항 등을 달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명확한 답변을 피한 채 얼버무린 채 지나갔다. ‘미니 스텔스’ 기술과 관련해서 ‘미니’라는 용어를 협상팀이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4.5세대 스텔스 관련 기술항목은 21개 항목에 포함됐지만 우리 측이 자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방사청의 ‘미국 측과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표현 역시 지극히 원론적이며 ‘외교적인 수사’라는 지적이 많다. 협상 실패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사청 관계자는 “큰 틀에서 합의했다는 것은 세부사항에서는 제한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주긴 준다는 의미였다”고 억지 설명을 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KF-X 기술이전’ 보도 관련 정정보도문]

본지는 지난 2015년 11월 24일, 12월 8일, 12월 10일 각 기사에서 방위사업청이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관련 기술이전이 불투명하다 등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방사청은 미국 측으로부터 쌍발엔진 체계통합기술을 포함한 일부 특정기술에 대한 수출허가(E/L) 승인 거부 입장을 통보받은 적이 없고, 미 정부가 KF-X 사업 관련 21개 기술 전체에 대한 수출허가 승인 단서조항을 다는 등 KF-X 사업 전반을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방사청 협상팀에 전달한 사실이 없음이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미 정부가 방사청에 전투기형상 최적화 기술 등 3개 주요 기술이전 및 관련 기술인력 100명 파견에 대한 불가 입장을 밝혔다거나, 이에 대한 재심사 결과를 2016년 1월에 재통보할 것이라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