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푸는 재정정책 한계… 규제 풀어 내수 살리기에 집중

3개년 계획 성과 구체화
4대 부문 개혁 완성 목표
소비·수출 활성화에 사활
G2 리스크 선제적 관리

정부가 16일 내놓은 ‘2016년 경제정책방향’의 핵심은 재정정책 등을 확장적으로 유지하면서 규제완화와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지속적으로 펼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과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세 둔화 등 굵직굵직한 대외 변수가 한국 경제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재정·통화정책의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방점은 규제완화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살펴보면 재정을 투입하는 사업은 많이 눈에 띄지 않는다. 내년 예산이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40% 선(40.1%)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정치적 가이드라인(지침) 때문에 올해 본예산 대비 2.9% 늘어난 386조4000억 원으로 편성됐기 때문이다.

조세 정책을 통한 경제활성화도 국가 재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강력한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남은 것은 정부가 돈(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밖에 없는 셈이다.

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놓은 ‘규제 프리존(Free zone)’이나 서울시 면적의 1.7배 수준인 10만㏊ 규모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만들어지는 규제 프리존은 신성장 산업 육성과 경제활력 촉진을 위한 것이고,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건설을 올해 1만4000가구에서 내년에는 5만 가구로 늘리기 위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파격적인 형태의 규제완화 정책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전국 14개 시·도의 규제 프리존이 추진되는 상황과 연계해 경기 동북부 낙후 지역에 대해서도 기업 투자여건 개선 및 입지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동북부 낙후 지역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수도권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여러 기업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달려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규제 프리존 추진을 위해 내년 6월 ‘규제 프리존 지정·운영에 관한 특별법’(가칭)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과정 등에서 ‘지역 이기주의’나 포퓰리즘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전통적인 내수와 수출 회복을 위한 ‘처방전’도 제시돼 있다. 내수 확대를 위해 올해 처음 실시된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매년 11월로 정례화하고, 확대해 실시키로 했다.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출금융 지원 규모를 20조 원 늘리고, 화장품 등 5대 유망품목을 지정해 맞춤형으로 육성할 예정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내년에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 대외 리스크와 가계 부채 등 국내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제활성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