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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망 세계의 인물들… 되돌아본 ‘그들의 삶’
2015년 한 해도 저물어가면서 새해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저물어가는 올 한 해가 역사라는 이름으로 기록되는 것처럼 올해 세상을 떠난 사람들은 자신이 남긴 업적을 통해 살아있는 이들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역사의 흐름 안에 한 인간의 존재는 보잘것없지만, 이 역사라는 장구한 시간 속에 커다란 흔적을 새긴 이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의 방향을 바꾸거나, 역사에 새로운 물줄기를 만들어낸 거성(巨星)이다. 이러한 거성이 사라지는 것이 슬픔을 준다면 역사에 상처를 남긴 이들의 사망은 분노를 일으킨다. 올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그들의 삶을 되돌아본다.
정치
‘統獨 기반’ 닦은 헬무트 슈미트 ·‘싱가포르 國父’ 리콴유…
올해 지구촌은 현대 정치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별들을 떠나보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3월 23일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던 리 전 총리는 1954년 인민행동당을 창당해 사무총장에 올랐고, 1959년에 영국연방 자치정부 초대 총리가 됐다. 그는 1965년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싱가포르가 퇴출되자 다시 총리를 맡아 26년간 재임하며 국가 생존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500달러에 물과 식량조차 부족하던 싱가포르는 이제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넘는 세계 8위의 부국이 됐다.
11월 10일 96세로 사망한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인에게 가장 사랑받은 정치인’으로 꼽힌다. 1974년부터 8년간 총리를 지낸 그는 동유럽 공산권과 관계 개선을 추진한 빌리 브란트 전 총리의 ‘동방정책’을 계승해 동·서독 정상회담, 서독·소련 정상회담 등을 가지며 독일 통일의 기반을 다졌다. 제1차 석유파동 때 침체에 빠진 독일 경제를 되살려 현재 독일 전성기의 기초를 만들고, 프랑스와의 협력 강화 및 공동 변동환율 시스템 등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유로화 탄생의 초석도 닦았다. 독일 통일의 기초인 ‘동방정책’의 설계자 에곤 바도 8월 19일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언론인 출신인 바는 빌리 브란트 전 총리 시절 정무장관 등을 맡아 동유럽과 관계 개선에 방점을 둔 동방정책을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건국 이래 첫 여성참정권을 부여한 12월 지방선거는 1월 23일 90세로 세상을 뜬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의 치적이다. 2005년 즉위한 압둘라 국왕은 왕실 의전과 특혜 등을 줄이고, 청년들의 서방 국비 유학 등을 추진하는 등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사우디에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여성 차관 임명과 여성 행정자문회의 위원 선출 등 여성 권위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전쟁과 학살을 이끈 정치인 중 일부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눈을 감았다. 이라크 대량파괴무기 거짓 정보를 제공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 개시와 사담 후세인 제거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아흐메드 찰라비(71) 전 부총리는 11월 3일 숨졌고, ‘크메르루즈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며 캄보디아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한 주범 중 하나인 이엥 티리트(83)도 8월 22일 숨을 거뒀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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