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사이언스>근육·자율신경계 제어… 불안 줄이고 ‘멘털’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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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피드백

스포츠에서 ‘멘털(심리)’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최상의 경기력을 내려면 몸과 마음의 상태를 모두 최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세계랭킹 2위 박인비(28)는 강한 정신력으로 유명하다. 직전 홀에서 실수했더라도 바로 잊어버리고 다음 홀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기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 박인비도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전담 코치까지 두고 신경을 쓴다. 박인비는 대회가 열리기 전이면 멘털 코치 조수경 박사와 통화를 한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했던 투수 박찬호(43·은퇴)는 현역 시절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명상을 했다.

그러나 멘털 관리는 전문가 상담이나 정신 수양에 그치지 않는다. 과학의 도움을 받아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갖추게 하는 방법이 ‘바이오피드백’이다. 1960년대 의학 분야에서 시작, 서구에서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스포츠 분야로 활용 영역이 확대됐다.

바이오피드백은 사격, 골프, 농구, 체조 등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경쟁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 수준을 감소시켜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와 있다. 바이오피드백은 보통 이미지 트레이닝 등 심리기술훈련과 결합돼 ‘자기 조절’ 훈련에 활용된다.

바이오피드백은 심장 근육 등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근육이나 자율신경계도 기계의 힘을 빌려 사용자의 의지대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근전도, 뇌파, 심전도, 심장 박동수, 혈압, 피부 온도 등을 통해 전기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을 이용한다.

인간의 뇌파는 깊은 수면 상태에서 나오는 델타파(1∼4㎐), 꿈을 꾸는 일반적 수면 상태의 세타파(4∼8㎐),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긴장을 풀고 휴식할 때 나오는 알파파(8∼13㎐), 학습 활동 때 나오는 베타파(13∼30㎐), 흩어져 있는 정보들을 조합해 인지 작용을 할 때 나오는 감마파(30∼120㎐)로 구분된다. 뇌의 리듬을 조절해 알파파가 나오게 한다면 선수의 불안이나 긴장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뇌파에서 알파파가 나올 때만 스피커를 통해 소리를 들려주는 실험을 반복하면 알파파가 점점 강해진다.

특정 뇌파가 발생했다는 것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면, 사용자의 뇌가 자동으로 해당 뇌파를 강화하는 것으로, 조건 반사와 비슷한 현상. 머리에 붙인 전극을 통해 뇌파 데이터를 수집하고, 뇌파 측정기에서 이를 분석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알려주는 과정을 반복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게 뉴로피드백의 원리다. 특정 뇌파가 나오게 하는 ‘회로’를 만드는 것.

이처럼 뇌의 전기적 활동을 활용하는 바이오피드백을 뉴로피드백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운동에서 똑같이 뉴로피드백이 적용되는 건 아니고, 종목별로 효과가 있는 바이오피드백이 다르다는 게 사례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사격, 양궁, 골프 등 ‘조준’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뉴로피드백과 심장 박동수를 최적화하는 바이오피드백(심혈관 피드백) 훈련이 효과를 낸다. 사격 선수들의 경우, 경기를 준비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이 좌반구에서 우반구로 바뀌며, 사격 행위와 무관한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왼쪽 측두엽의 알파파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기계체조나 리듬체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등 화려한 동작이나 예술성이 중요한 종목에서는 근전도(근육 피드백)나 피부 온도(열 피드백)를 최적으로 만드는 방식이 효과가 크다. 유도 등 격투기의 경우 피부 전기 반응(GSR) 피드백이 효과를 발휘한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도움말=김영숙 한국스포츠개발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