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의 ‘최강 한파’>“박스 덮고 공항서 쪽잠” 관광객 3000여명 북새통

“오늘 출근·개학인데…”
직장인·학생들 발동동

“오늘 원래 직장에 출근했어야 하는데. 이러다 회사를 나가라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오늘 아이 개학인데….”,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한숨밖에 안 나오네요.”

제주를 강타한 폭설,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사흘째 전면 중단된 가운데 발이 묶인 관광객들의 얼굴은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25일 오전 제주공항 대합실은 바닥에서 박스, 스티로폼, 카트에서 새우잠을 청하는 3000여 명의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아침 식사를 2층 식당가, 편의점에서 커피, 귤, 생수로 때우며 운항 재개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넘기면서 기상 상황이 다소 호전되고 오후부터 운항이 재개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회사 업무와 가정 대소사 때문에 어떻게든 ‘뭍’으로 나가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은 해상교통에 기대를 걸며 분주하게 휴대전화를 걸었다.

경남 창원에서 제주에 여행을 온 김재식(58) 씨는 “첫날은 신문지로 대충 덮고 자다가 어제는 그나마 스티로폼을 나눠줘 조금 편하게 잠을 잤다”며 “날이 좀 개어 특별기 운항에 기대를 걸고 있는데 회사는 연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급한 이들은 여수행 배가 뜬다고 하니 그걸 이용해 조금이라도 빨리 나가려고 움직였다”고 전했다. 부산 남구에서 50대 동창들과 1박 2일 여행을 왔다는 강정순(51) 씨는 “일부 동료는 ‘회사에서 천재지변이라고 해도 그리 이해를 해주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기분이 우울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국제선 대합실에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국제선 승객들이 졸지에 귀국하지 못한 채 마냥 항공기 운항만 기다리며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대기 중이었다.

제주 =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