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세일 시대>리얄貨 반토막 날 수도… ‘低유가 정치위기’ 땐 중동 ‘흔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힘빠진 오일파워 이브라힘 압둘라지즈 알앗사프 사우디 재무장관이 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리아 인도적 지원’ 회의에서 지원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우디는 이날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 수출되는 원유 가격을 일제히 낮춰 점유율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AP연합뉴스

現유가 연말까지 유지땐
40 ~ 50% 절하 예상까지

달러 연동 환율 ‘페그제’
폐지 가능성은 높지 않아

생필품 가격 인상 후폭풍
긴축속 국내반발 커질 듯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과 외환보유액 감소에 시달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얄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리얄화 평가절하 시 사우디에서 정치적 불안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4일 로이터통신은 사우디가 30년간 유지해온 달러 페그제(리얄화 가치를 달러에 연동시킨 제도)를 폐기할 가능성은 낮지만 리얄화를 평가절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시에테 제너럴은 올해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리얄화가 40% 정도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의 리얄화는 지난 1986년 이래 달러당 3.75리얄에 고정되어 있다.

페그제는 환율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교역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에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사우디는 재정난에 리얄화 가치 상승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 수입은 6080억 리얄(약 189조500억 원)로 당초 예산안에 비해 15%가 줄었다. 재정적자 규모는 3670억 리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정난이 심각하지만 페그제하에서는 리얄화 가치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등을 동원해 시장에서 리얄화를 사들여야 한다. 이로 인해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면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6355억3510만 달러로 1년 사이 1048억6480만 달러(14.2%) 감소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ML)는 페그제와 높은 원유 의존도 등이 사우디 외환보유액 감소세를 가속화해 외환보유액이 5년 내 탕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형성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우디가 페그제를 고수하되 리얄화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BoA-ML은 경상·재정수지를 감안하면 평가절하 시 이론상 50%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 상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사우디 경제 구조상 리얄화 평가절하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리얄화 평가절하는 생필품 가격 인상과 실질 소득 감소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도 사우디가 리얄화를 평가절하할 경우 커다란 정치적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 정부가 보조금과 임금 삭감, 정부 지출 축소, 인력 감축 등 긴축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리얄화 절하 후폭풍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김석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