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시행착오 통해 신경망 정비…구글팀 강화학습 전략 탁월”

외신 “인류의 충격적 패배”

‘인류를 위한 마지막 시도가 빛을 발할까, 아니면 실리콘밸리의 패권자(인공지능)가 마침내 승리를 거둘까.’

이세돌 9단이 9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불계패당한 것과 관련, 미국과학진흥협회 주간 과학전문 저널인 사이언스매거진은 “남은 4번의 대국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 외신들은 “인간의 이점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인류의 충격적 패배”라며 알파고의 승리 소식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8일 BBC는 이번 대국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하면서, 이세돌 9단에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미 공영라디오 NPR는 “1차전 결과는 ‘컴퓨터가 인간을 이기기 위해서 복잡한 결정도 내릴 수 있다’는 가장 최신 신호”라고 강조했다. 인디펜던트는 “무한개의 확률이 존재하는 바둑 세계에서는 계산력보다 직관력이 중요하다”면서 “이번 결과는 결국 컴퓨터가 직관력의 영역마저 넘보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일간지 토론토스타는 “스스로와 대결하며 시행착오를 통해 신경망을 정비해나가는 리인포스먼트러닝(Reinforcement Learning·강화학습)을 알파고에 적용한 구글팀의 전략이 특히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의 패배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과학자들의 과거 ‘인공지능 위협론’이 다시 조명을 받았다. 세계적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난 2014년 무렵부터 “지금까지의 초기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에게 유용성을 안겨줬지만, 완전한 인공지능의 등장은 인류의 멸망을 가져올지 모른다”면서 경고를 제기해왔다. 9일 사이언스매거진은 “어찌 됐든 컴퓨터도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앞으로 인류에 유리한 방향으로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