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알파고 ‘세기의 대결’>“점점 더 어려운 게임될 듯… 기술적 면보다 멘털이 관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반격’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첫 대결에서 패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2국 이후 전망

안쓰던 포석 들고 나온게 패인
승부처, 빈공간 많은 초반 포석
李, 3승 목표로 전략 변화줘야

프로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첫 판을 내주면서 2국 이후 대결도 힘든 싸움이 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선을 제압당했으니 현실적으로 3승을 목표로 잡고, 전략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세돌 9단은 1국에서 실험적인 수를 구사하며 알파고를 ‘테스트’했고, 초반부터 전투에 들어가며 ‘난전’으로 몰고 가려 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AI인 알파고는 연산능력이 탁월하기에 수읽기에 능했고, 전투에서 강점을 보였다. 이세돌 9단의 스승 권갑용 8단은 “알파고는 수읽기가 굉장히 세다”고 평가했다. 프로 기사(6단) 겸 모바일 바둑 게임 개발자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알파고는 전투가 벌어지면 더 빨리 수를 뒀는데, 이는 전투가 강점이란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지석 9단은 “초반에 이세돌 9단이 실험적인 포석을 펼쳤는데 알파고가 꽤 잘 대처했다”, 대표팀 최명훈(프로 9단) 수석코치도 “이세돌 9단이 평소 쓰지 않는 포석을 들고 나온 게 패인”이라고 설명했다.

1차전을 내주면서 이세돌 9단은 심리적으로 수세에 몰리게 됐다. 부담이 커졌기에 이세돌 9단이 흔들린 멘털을 다잡지 못하면 어려운 경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현욱 8단은 “2국부터는 1국보다 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라며 “기술적인 면보다 심리적인 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예상했다.

대표팀 감독 유창혁 9단은 “1차전을 이겼으면 쉽게 갔을 텐데, 패배하면서 부담이 커졌다”며 “1국에선 미지의 기계와의 대결에 흥분한 듯 정상적 실력이 아니었고 실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인간의 자존심을 회복할 열쇠는 초반 포석이란 분석이다. 포석은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 진영을 구축하는 것으로 설계도, 밑그림에 해당한다.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을 상당히 모방했더라도 인간만큼 창의적일 수는 없기에, 바둑판에 빈 공간이 많은 경기 초반 포석이 알파고의 약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돌이 채워진 후반엔 경우의 수가 줄어들고, 알파고의 연산능력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김찬우 대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 맞춤형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며 “초반 포석에서 득점을 올리지 않고 바로 전투에 들어갔던 게 패착이었다. 초반 포석을 유리하게 가져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창혁 9단은 “어차피 5-0은 물 건너갔으니, 이세돌 9단은 3-2로라도 승리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며 “한 판을 두면서 나름대로 알파고의 문제점도 파악했을 테니 앞으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돌 9단도 “대국 초반 실수가 끝까지 이어졌다”며 “포석만 보완하면 승률이 높아질 것 같다”고 전략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