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 투표율이 승패 가른다>‘3대 막판변수’보다 ‘제3 돌발변수’가 더 관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녹색바람 불어라’ 11일 오전 4·13총선 인천지역 합동유세에서 안철수(오른쪽) 상임대표가 인천 계양을 최원식(가운데) 후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비내리는 선거날’ 표심은…

남은48시간 막말·舌禍주의보
朴대통령 발언도 초미의 관심
선거날 오전 비예보 무시 못해

세대별 투표율이 가장큰 변수
30% 부동층 끌어내기에 총력
야권 분리투표 경향도 큰 영향

이틀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이 과거 선거와는 달리 정책이나 이슈 대결, 인물론 등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여야의 승패를 가를 막판 변수의 부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막판 변수로는 기본적으로 세대별 투표율, 영호남 민심 변화에 상응하는 부동층의 향배, 지지층 결집, 분리 투표 여부 등이 꼽힌다. 그 밖에 투표일 48시간 안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발변수 역시 선거판을 뒤흔들 강력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 최대 변수는 세대별 투표율과 부동층 향배 = 전문가들은 전체 투표율을 평균 내는 식의 단순 투표율은 큰 의미가 없으며 세대별 투표율이 전체 선거판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도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이 깨졌다”면서 “단순 투표율은 큰 의미가 없고 결국 세대별 투표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층과 노·장년층의 투표 행태가 확연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투표율이 다른 쪽보다 높을 경우 여론조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표의 위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여나 야가 자신에게 유리한 세대를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낼지가 선거 판세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사전투표율이 2년 전 지방선거 때보다 월등 높게 나왔다는 점이다. 여권에 분노를 느낀 청년층의 투표율이 높아졌는지 혹은 발목 잡는 정치의 야당에 적의를 가진 노·장년층의 투표율이 제고됐는지에 따라 이런 분위기가 총선 당일에까지 이어져 판세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투표율의 변화는 많게는 3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야 정당들은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지만 부동층이 여전히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중시, 이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략 마련에 총력 매진 중이다. 즉 부동층 가운데 ‘약한 지지층’이 ‘투표 포기층’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고 이들을 ‘강한 지지층’ 화해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도록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지역구 대표를 뽑는 투표와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정당투표를 달리하는 ‘분리 투표’도 이번 선거 막판 변수 중 하나다. 특히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나뉜 상황에서 분리 투표 경향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또한 야권의 분리 투표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호남발(發) 민심 변화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호남 유권자의 민심이 얼마나 수도권으로 북상할지가 선거판의 또 다른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 ‘48시간 전쟁’의 돌발변수들 = 총선에 임박해 정치권이 한편으로는 우려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감을 갖는 최대 변수는 ‘말의 전쟁’이다. 말에는 표가 되는 게 있고 표를 깎아내리는 게 있다. 각 당의 선거 지휘부나 주요 후보자들의 막말은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여야는 선거를 하루 이틀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가 설화(舌禍)를 일으킬 경우 이를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막말 주의보’를 내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는 대형 정책이나 이슈 경쟁이 사라진 탓에 어느 때보다 말실수가 위협적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선거일인 13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있어 ‘날씨 변수’도 주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하루 전인 12일 국무회의에서 어떤 말을 할지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지난 6월 국무회의 석상에서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 발언 이후 정치권 심판론을 전개해온 박 대통령이 선거 목전에 어떤 말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총선 지형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구 선거 과정에서도 보듯, 친박(친박근혜)·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이 오히려 부정적 반응을 보인 연장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민심의 역풍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날씨나 북한의 도발도 전통적인 돌발변수가 돼 왔다. 북풍의 경우 오랜 학습효과 때문인지 최근 들어 그 영향력이 감소돼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총선 직전 핵실험이나 천안함 폭침 같은 초대형 사건이 일어날 경우 안정 희구 심리가 소용돌이치면서 총선 지형을 급변시킬 수도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