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發 ‘정계개편’ 빅뱅-1>與, 차기리더 ‘세대교체’ 회오리… 대선겨냥 ‘2野 합당론’ 부상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개표 준비 4·13 총선을 이틀 앞둔 11일 서울 종로구 경기상고에서 종로구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개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새누리 참패 시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과반 의석(150석 이상) 달성에 실패할 경우 여권은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당은 극심한 내홍을 겪는 등 쉽게 치유하기 어려운 치명상을 입게 된다.

당장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우세한 구도 속에서 150석도 얻지 못한 것과 당 지도부는 물론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 리더 등을 겨냥한 책임론과 2선 후퇴론이 제기되는 등 세대교체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 분열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각자의 기반을 구축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우선 기존 지도부가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당 장악력을 높일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의 경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간의 심각한 대립이 빚어질 수 있다. 당 정비가 마무리되면 야권 역시 곧바로 대권 레이스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더민주는 제2당이자 수도권 장악 정당이라는 위상을, 국민의당은 호남의 새로운 맹주라는 지위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일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한다는 것은 젊은 층의 ‘분노 투표’와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 현실화했다는 의미”라며 “청와대까지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박 성향의 새누리당 당직자는 “150석 붕괴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국정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그 후폭풍은 거의 2004년 탄핵 역풍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새누리당 친박계는 공천 파동 과정에서 이른바 옥새 투쟁을 감행했던 김무성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을 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당 대표 사퇴라는 카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미 김 대표는 총선 뒤 사퇴를 예고한 바 있다. 그러면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 진영은 무리한 공천을 감행한 친박계를 몰아세우며 그 분위기를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의 주도권 확보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탈당파 무소속 의원 영입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이들을 영입해 과반을 확보하자는 주장과 보수성향의 국민의당과 연대하자는 주장이 맞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약 김 대표가 대권 레이스에서 이탈하면 총선에서 선전한 ‘잠룡’ 후보들과 광역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한 세대 교체론이 떠오를 수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나경원 의원 등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당내 세력 구도가 재편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현재 당 주류인 친박계는 오 전 시장 등과 전략적으로 제휴하거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외부인사와 결탁함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시도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는 더민주가 국민의당과의 경쟁을 뚫고 수도권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에 따라 더민주 내부는 당 지도부의 장악력이 제고되면서 국민의당과 야권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새옹지마. 두 야당의 힘이 세진다는 것은 오히려 대권 국면에선 독이 될 수 있다. 국민의당이 제3당의 힘을 톡톡히 체험한 만큼 지난 1987년 대선처럼 단일화 없는 선거를 감행하는 길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새누리당과 함께 제3당의 생존을 위한 ‘개헌’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더민주 내부적으론 대선을 향한 여정까지 문 전 대표와 총선 국면에서 근육을 만든 김 비상대책위 대표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두 사람의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원외 광역자치단체장들의 등판 기회는 좀 더 지연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의 총선 승리는 곧 안철수 공동대표의 승리로 받아들여진다. 안 대표는 일단 총선을 위해 뭉친, 하지만 이념의 색채가 다소 다른 천정배 공동대표 등 당내 맹주들과의 새로운 경쟁에 나서야 한다. 대선 국면에선 더민주와 연대해야 한다는 세력과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판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당내 갈등은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