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民心혁명’ 이후>“‘천막당사 정신’ 어디로 갔나”

12년전 자성의 모습 촉구
아직 구체적 행동은 없어

4·13 총선에서 원내 1당의 지위를 내주며 참패한 새누리당에서는 12년 전 ‘천막당사 시절’과 같은 재창당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15일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쓰고 탄핵 역풍까지 겹친 상황에서, 천막당사는 무너져가는 당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2년 16대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대기업으로부터 150억 원을 트럭째 전달받는 등 823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일이 드러나 차떼기당이라는 꼬리표가 생겼다.

당시 한나라당 구원투수로 등장한 박근혜 대표는 “당사를 팔아 국고에 귀속시키겠다”며 국회 앞 중앙당사를 떠나 여의도 공터에 천막을 설치했다. 호화 당사를 버리고 50여 평 규모의 천막당사에서 총선을 치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천막당사에 화장실이 없어 박 대표가 다른 건물 화장실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천막당사에서 자성하는 모습을 통해 민심이 움직였고 총선에서 예상을 깨고 121석을 얻으며 재기했다.

천막당사를 경험했던 여권 관계자는 “천막 안에 공기도 잘 통하지 않고, 햇볕이 내리쬐는 날이면 땀이 줄줄 흐르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때는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는데 지금 여당에선 그런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말로는 천막당사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나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득권을 향유하는 데 익숙해져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전날 경북도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천막당사에서 시작하는 그런 자세로 당을 새롭게 변모하고 환골탈태해서 와신상담, 분골쇄신하는 노력이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