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미의 미술산책>현대미술 핵심 장르 ‘사진예술’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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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가족’展

‘사진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워커 에번스, 신디 셔먼, 토마스 루프 등을 비롯해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길버트&조지, 제프 쿤스, 아네트 메사제 등 현존하는 현대미술 스타까지. 이 사진전은 출품작가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보이지 않는 가족’전(5월 29일까지)은 국내 사진전에서 보이지 않던 미술작가의 작품까지 포함해 200여 점의 사진을 대거 공개한다.

파리 시청 앞 광장에서 연인의 키스 사진으로 유명한 로베르 두아노는 복싱 링의 줄을 잡고 있는 선원 옷 차림의 원숭이와 구경꾼을 촬영한 1954년 작 ‘우월한 동물들’을 통해 “원숭이와 사람 중 누가 더 우월하냐”고 묻는 듯하다. 설치작가 볼탕스키의 ‘베를린의 아이들’은 작가가 1975년 촬영한 34장의 컬러사진 시리즈다. 차가운 무채색 배경의 초상 사진들은 돌아오지 않는 순간을 정지시킨 사진을 통해 사람은 결국은 죽는 존재임을 일깨운다.

팝아트 작가 쿤스의 1998년 사진은 미술잡지 광고용으로 제작한 자화상(사진)이다. 실내 가운만 걸치거나, 핀업 모델·돼지들 사이에서 포즈를 취한 작가의 이미지가 시각적 놀라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작가인 메사제의 1977년 작 ‘연인들의 초상’은 작가가 친구들의 옛사랑을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사진처럼 재현한 12장의 흑백사진이다. 이밖에 흰색 그림을 그리며 당일 칠한 캔버스 앞에서 일기 쓰듯 매일 자신을 촬영한 로만 오팔카, 시대를 초월한 건물의 위용을 주목한 에번스의 사진도 눈길을 끈다. 두 어린 소년의 움직임을 포착한 로버트 메이플소프, 작가 자신을 모델로 다양한 인물을 재현하는 셔먼, 인물회화 같은 루프의 인물사진도 인상적이다.

이 사진전은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과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국립조형예술센터와 아키텐 지역 현대미술기금이 자체 사진컬렉션을 공개하는 기획이다. 195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의 에드워드 스타이컨이 사람이 태어나 가족을 이루는, 삶의 여정을 주목한 ‘인간 가족’ 사진전은 68개국 작가 273명의 작품 500여 점이 선보인 사진사의 전설. 그러나 바르트는 이 기획을 비판하며 저서 ‘카메라 루시다’를 통해 위인보다 약자, 집단보다 개인, 서사적 역사보다 일화에 비중을 두는 사진론을 펼쳤다. 인간 가족전이 가족 중심의 사회적 규범, 보편적 인간애를 담아냈다면, 바르트의 사진론에 기반을 둔 보이지 않는 가족전은 사회적 소수자까지 아우르며 현대사회의 불안정성, 보이지 않는 현실의 이미지까지 짚어 낸다.

보이지 않는 가족전을 통해 사진·미술작가의 작업과 더불어 현대미술의 주요 매체이자 장르로서 사진을 만날 수 있다.

미술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