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급물살>‘모럴해저드’ 칼 빼든 금융위… 과연?

최은영前회장 주식매도 조사
미공개 정보 이용 입증 ‘험로’

금융당국이 해운사 경영진의 모럴해저드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기 전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것과 관련,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매도(내부자거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 일단은 ‘일벌백계’ 의지를 보인 셈으로, 한국거래소에 최 전 회장 일가의 증권사 계좌 분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결과를 받는 대로 현장조사·출석요구 등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필요하다면 압수수색 등 법에 보장된 모든 강제조사권을 발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 전 회장 측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고, 한다 해도 최종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묻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혐의가 입증되고, 검찰에 고발하면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겠지만 수년 동안 갑론을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가 강제조사권을 이용해 검찰에 고발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가량이 걸리는데 이렇게 되면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후에야 수사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혈세’ 투입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경영진에게 ‘부실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경영진의 배임·횡령 등의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죄를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운·조선업의 위기는 글로벌 시장의 불황이 핵심 요인이라는 점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 회사가 망가지고 구조조정 대상이 되면 경영진의 회계 부정, 배임, 횡령 등이 드러나 ‘종합선물세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구체적 사안이 있어야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