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양의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포도, 라틴어서 유래… 포도덩굴이 기어오르다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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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포도주는 항산화, 항암 식품이며, 심장병과 뇌질환의 예방에 효능이 있다고 많은 이가 즐겨 마시고 있다. 포도주는 디오니소스를 빼고 말하기 어렵다. 제우스의 아들인 디오니소스는 소아시아의 리디아어로는 바코스(Bakchos)라는 별명을 가졌는데 로마신화에서는 바쿠스(Bacchus)라고 하며 풍요와 포도주의 신이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부인 헤라의 엄청난 질투에도 불구하고 테베의 공주 세멜레와 사랑을 나눈다. 세멜레는 앙심을 품은 헤라의 꾐에 넘어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데 제우스가 재빨리 배 속 아이를 꺼내어 자기의 허벅지에 넣고 달이 차자 꺼내어 니사산 요정에게 부탁해서 길렀다. 바로 이 아기가 디오니소스다. 디오니소스는 계속된 헤라의 구박을 피해 아시아 지역까지 방랑하면서 자신만 알고 있던 포도나무 재배법과 포도주를 퍼뜨렸다. 이러한 디오니소스는 가는 곳마다 숭배를 받았는데 특히 여성들에게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포도주의 유래 중에 중앙아시아에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사냥꾼이 노루를 쫓아 이리저리 뛰다가 물을 보고는 활을 내려놓고 털썩 주저앉았다. 달아나던 사슴이 바위 위에 고인 물을 마시더니 그만 쓰러져 버린다. 사냥꾼은 눈을 의심하며 다시 뚫어져라 보았다. 헛것을 본 것이 아니었다. 사냥꾼은 천천히 사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사슴은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이상히 여긴 사냥꾼은 자신도 그 물을 마시고 온몸에 힘이 빠져 사슴 옆에 누워서 자고 말았다. 일어났을 때는 사슴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냥꾼은 물속을 살펴보았다. 무엇이 떨어져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포도였다.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 포도주를 만들게 됐다.

술은 흔히 농담으로 “술술 넘어가서 술”이라고 한다. 그러나 술의 어원은 술의 주성분인 ‘물(水)’이 그 어원이다. 포도주를 뜻하는 프랑스어 vin, 영어 wine, 독일어 wein 등은 모두 라틴어 vinum에서 유래하는데 ‘포도 덩굴이 기어오르다’의 뜻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葡萄酒(포도주)라고 적는데 이는 뜻과는 상관없이 소리만을 빌린 취음자(取音字)이다. 중국에는 전한 무제(武帝) 때 서역(西域)으로부터 포도가 들어왔는데 서역 페르가나(大宛國·현재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 언어로 Budau라 부르던 것을 중국인이 葡萄(포도)라고 적고 여기에 술 酒(주)를 붙여 포도주라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원(元)나라 세조가 고려 충렬왕에게 포도주를 선물한 기록이 있고 충숙왕 때 몽골 공주가 가지고 온 포도 씨를 심었다는 기록도 있다.

세상의 첫 포도나무는 디오니소스가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를 새의 뼛속에, 다음은 사자의 뼛속에, 마지막으로 당나귀 뼛속에 넣었다 빼서 낙소스라는 섬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이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었기에 마시면 처음엔 새처럼 재잘대고, 다음엔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마지막에는 당나귀처럼 멍청해진다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