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造船에 끼어든 ‘防産’ 변수… 인력감축 반대 구실될 수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장보고 - Ⅲ’ 잠수함 기공식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국내 최초 독자 설계·건조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Batch)-Ⅰ’의 기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떡을 자르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방위사업청 公文 논란

총력투쟁 예고해온 노조서
반대논리로 악용할 가능성

일각선 국가발주 확대 주장
구조조정없인 ‘미봉책’ 불과

방위사업청이 현재 진행 중인 조선업계 인력 구조조정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군함 등 방위사업의 기술 유출 가능성과 품질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가 안보와 방위산업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방위사업청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구가 조선업 생존을 위해 추진 중인 인력 및 시설 감축 등 구조조정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추가 인력 감축 등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방위사업청의 제동을 빌미로 인력 조정을 전면 거부하는 논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일 방위사업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소 5곳에 공문을 보내 구조조정을 진행하더라도 방위사업 부문의 인력 감원으로 인한 기술 유출과 품질 저하 등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전방위적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자칫 방위사업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 경고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이 국가 방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 대형 조선소의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 위기는 방산 물량 감소 때문이 아닌 선박 공급과잉과 해양플랜트 부실 수주에 따른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방산 부문은 일반 선박과 분리해 운영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이는 계약위반 사항”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선업체에서 방산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대우조선해양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 정도이다. 현대중공업의 방산 분야 비중은 5% 내외이다.

문제는 방위사업청의 이 같은 인력 조정 제동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재 회사의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단계별 총력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노조 입장에서는 방산 경쟁력 등을 근거로 내세우며 인력 조정에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인력 구조조정 충격을 완화하고, 조선업 생태계 유지 차원에서 국가가 군함과 함정 등으로 수요를 창출하는 ‘조선 뉴딜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정정훈 함정기술연구회 회장은 “조선업계 고급 인력 이탈을 막는 동시에 방산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정부는 함정사업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고강도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은 국가 발주 확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무엇보다 조선업계가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한다”면서 “다만 구조조정 이후에도 불확실한 경기 상황으로 조선업계가 공멸하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군함과 함정 등 국가발 계획 발주 확대를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