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상엽의 인문학 건강론>모든 아이들은 천재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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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모두 천재(天才)로 태어나지만 극히 일부 아이들이 유년시절 ‘영재(英才)로 발굴’되고, 또 그 가운데 극히 일부가 청소년기를 거치며 ‘수재(秀才)를 목표로 훈육’된다.

성년이 되면 모두가 소속된 분야에서 인재(人才)로 쓰이고자 발버둥 쳐 보지만, 기성화된 업무와 성과에만 매몰되다 보면 부지불식간 둔재(鈍才)가 되는 것을 금세 깨닫게 된다.

천재는 특별한 능력이 발견되기 이전에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이다. 나무가 나무로 꿀벌이 꿀벌로 태어나듯 본래 그 물건이 타고난 조건 자체가 바로 천재성이다.

영재는 그 조건들 중에 남들이 선망하고 특별해 보이는 어떤 재능이 쉽게 관찰된다는 것이다. 수재는 어떤 재능으로든 남보다 뛰어나고자 하는 욕심이 꾸준히 지속되는 상태다. 인재가 그 욕심으로 남보다 좀 더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 둔재는 그렇게 세간의 평가를 기준으로 살아갈수록 재능과 재주의 원천이었던 ‘본래적 조건(자신의 본성)’과는 멀어져간다는 일종의 ‘재능(才能) 엔트로피’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인간이 타고나는 본래적 천재성은 어떻게 다 사라져 버리는 것일까?

시각작용 하나만 놓고 보자. 인간은 언제부터 보기 시작할까? 눈이라는 감각기관이 형성되기 이전, 모태(母胎)에서부터 인간은 이미 시각작용을 쓴다. 출생 이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눈을 감고 있을 때도, 또 선천적·후천적 시각장애인에게도, 시각작용은 끊임없이 ‘합성-전달-저장-분비’된다. 타고난 그대로의 무수한 천재성이 극히 일부 기성화된 영재성으로만 축소·평가·발굴되는 첫 번째 이유는 인간의 오감(五感: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감각)이 오관(五官:눈·귀·코·입·살)이라는 신체기관에 의지하여 작동되는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선후 본말이 뒤바뀐 믿음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의 초점은 ‘인간은 (눈을 통해) 어떻게 보는가?’가 아니라, ‘시각작용은 어떤 조건 속에서 발생되는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눈이 없어도 무언가 분할·구획·편집·분배되는 조건 속에서 시각작용은 촉발된다. 여기와 저기를 나누고 이것과 저것을 분류하고 계통화하는 작업 등은 모두 시각작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아이가 방청소를 할 줄 알고, 빨래를 분류하여 정돈할 줄 알며, 친구가 4명인데 피자가 2조각뿐이라면 이를 적절하게 나눠먹을 줄 아는 능력은 모두 시각을 개발하는 행위다. 또한 시각작용은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할 때에도 촉발된다.

여행 가기 전 가보고 싶은 곳, 하고 싶은 일들을 일일이 일정표에 기록해 놓거나, 내가 무언가 하고 싶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다. 모두 시각능력을 활발하게 쓰는 경우다. 그리고 병원에 가면 의사가 되고 싶고 가수를 보면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변덕 역시 타고난 시각능력을 스스로 자꾸 촉발시키는 행위이다.

요컨대 아이의 창의적 시각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그림이나 영상교육을 시키고 정기적으로 미술관에 데려가 그림 읽는 법을 훈련시키고 있다면, 우리는 여전히 타고난 천재성을 포기하고 허울뿐인 영재교육과 평범한 수재 만들기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