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여행 떠난 부부 왜 꼭 싸우고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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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심리학 / 김명철 지음 / 어크로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휴가 시즌을 앞두고 나온 심리학자의 여행안내서이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베테랑 여행가이기도 하다. 스물아홉에 첫 여행을 떠난 뒤 그는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 여행을 떠났다. 도합 1년 5개월, 12개국을 여행했다.

책은 자신의 두 전공인 심리학과 여행을 결합하고 자신의 여행 경험을 더한 여행 에세이이자 구체적인 여행 실용 안내서이다.

심리학자답게 그는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유래한 접근·회피 동기 개념을 가져와 설명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얻고 무언가를 하려는 접근 동기에 따라 행동에 나서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피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려는 회피 동기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여행에 적용하면 여행은 무엇인가를 피하려는 회피 활동인 동시에 무언가를 얻으려는 접근 활동이 된다. 즉 여행은 도피이자 탐색이다. 여행자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여행을 통해 도피하고 탈출하려는 마음과 여행을 통해 탐색하고 추구하려는 마음이 공존한다.

이 두 가지 동기의 비율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회피 동기는 매우 높은 대신 접근 동기가 불명확할 경우 방랑자가 탄생한다. 방랑자 유형의 여행은 우리가 현재 속한 사회공동체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지만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발견해야 할지 잘 모를 때 나타난다. 반면 추구 욕구가 탈출 욕구보다 훨씬 강할 경우 탐험이나 교육적 여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행자의 성격에 따라서도 여행의 목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성찰이나 성장을 중시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재미나 탐험을 추구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기와 여행 블로그를 읽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미 추구보다는 자기 성찰과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했다. 또 여행을 떠나면 싸우고 돌아오는 부부 이야기를 부부 심리학과 연결해 들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의 모습은 사람마다 달라도 좋은 여행은 사람의 자존감을 높인다는 사실은 같다고 했다.

첫 여행으로 패키지여행이 좋을지 자유 여행이 좋을지에 대한 조언, 좋은 숙소 고르는 법, 여행지에 따라 최적의 풍경을 감상하는 법 등 실용적인 가이드도 전한다.

“여행의 만족이나 행복은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은 기대가 저절로 이뤄지고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활동이 아니라 기대를 이뤄나가고 행복을 쟁취하는 활동이다.” 심리학자 여행가가 내린 여행에 대한 결론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