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와 新동북아질서>“사드는 北核도발 탓”… ASEM·ARF·G20서 中설득 총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사드 반대 !” 사드한국배치반대 전국대책회의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① 안보·경제 분리 대응 전략

중·러 군사협력 확대하고
北 편승땐 대북제재 균열
한반도 위협요인 커질 듯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관련
내일 PCA 중재결정도 변수

“동북아 전략균형 되찾으려는
‘최소한의 조치’이해시켜야”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발표 후 가중되는 중국, 러시아의 압박 속에서 한국 외교가 부담스러운 7월을 맞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사드 배치가 미·중 간에 전략적 균형 문제로 번져가면서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있고, 중국과 미국으로부터 입장 표명을 요구받게 될 상설중재재판소(PCA) 중국해 분쟁 판결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사드 배치와 관련 중국과 러시아가 유·무형의 대응을 공언하고 있는 만큼 한국으로서는 오는 15일 아셈(아시아유럽회의) 등을 통해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최소한의 자위권 행사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안보와 경제에 분리 대응하는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동북아에서 균형외교라는 개념 하에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한국이 노골적으로 미국 쪽으로 돌아선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국을 가장 오랜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멀리 떨어트려 놓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구애하는데 상당한 정치적 자산을 쏟았지만 사드 배치 결정으로 충분치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베이징(北京)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한·중 관계의) 중대한 후퇴로 비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인식을 반영하듯 중국 언론들은 일제히 ‘코리아 배싱(한국 때리기)’에 나설 것을 직간접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8일자 평론을 통해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사드 배치를 추진한 정치인에 대한 입국금지 등 5개 항의 강력 대응을 제안했다.

특히 중국 국방부가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은 향후 군사적 대응과 관련 주목된다. 중국이 사드 배치로 촉발된 ‘전략적 균형 훼손론’을 뒤집고자 미사일 전력 증강과 부대 전진 배치, 중·러 군사협력 확대 등 군사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러 간에 공동안보 차원에서 협력의 밀도가 높아지고 방향도 명확해지고 있는데 사드는 이를 동북아에서 직접 촉발하게 될 것”이라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 고착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신보(吳心伯) 중국 푸단대 미국연구소장은 중국 고위당국자들 사이에서 북한 문제를 둘러싼 논쟁 구도가 사드 배치를 계기로 바뀌면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선호하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이 중·러의 사드 반대 기조에 편승할 경우 어렵게 공동보조를 이뤄왔던 대북제재에 균열이 불가피하다. 또 중국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2일 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관련 중재 결정 관련, 우리 외교당국의 입장에 따라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다행히 이달 하순부터 한·중 간의 대립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기회를 제공할 여러 외교 일정들이 예정돼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李克强) 중국 총리가 참석하는 15∼16일 몽골 아셈과 윤병세 외교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26일 라오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오는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외교력을 총동원,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위협받던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되찾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시키는 동시에 다양한 부문과 차원에서의 한·중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장용석 연구원은 “한·중 간에 사드 운용의 투명성,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 하며 우리 나름대로 한반도 군사상황에 대해 자주적으로 통제를 할 거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