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상엽의 인문학 건강론>‘멘털 붕괴’서 ‘멘털 피트니스’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멘털 붕괴’의 줄임말인 ‘멘붕’이란 신조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 개인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자포자기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로 치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는 식으로 표현될 만한, 마치 희유한 천재지변을 겪고 있는 듯한 충격과 공포가 일상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등장하면서 멘붕은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져나간 일종의 사회적 역병(疫病)과도 같은 현상이 됐다.

당당하게 성공한 인간유형은 모두가 그들의 ‘멘털’을 칭송하며 부러워하고, 동시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크고 작은 모든 사건사고 앞에서 오늘의 대중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그들의 멘털을 싸잡아 비난한다.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개념화된 멘털은 기존 영어식 표현이 갖고 있는 관념적인 요소가 거의 배제된 구체적인 능력지수가 된 것이다.

기분이나 감정이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소모되는 것이라면, 우리가 ‘멘털(mentality)’이라고 부르는 ‘정신상태(mental condition)’는 모든 생각, 판단, 행동이 이뤄질 때마다 먼지처럼 자꾸 쌓이면서 신체 구석구석 숨어드는 마음습관이자 행위의 설계도와 같다.

문제는, 기분은 환기할 수 있고, 감정은 절제할 수 있지만, 멘털은 경직·퇴화된 심부 근육을 스트레칭하듯, 보이지 않는 신경망들을 꾸준히 확장시켜 주지 않으면 쉽게 인지할 수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가령, 우리가 ‘걱정·근심(憂)’이라고 부르는 정신상태가 일련의 습관이 되면 걱정은 신체 어디에 쌓여서 어떻게 일상의 행위를 제약하는 것일까? 걱정은 배 속 가운데 깊숙한 곳에서 시작돼 곧바로 대장(大腸)을 자극하고 위장 입구를 휘돌아 횡격막을 뚫고 폐(肺)까지 올라가 순환기계(肺系) 생리활동을 따라 쌓이게 되는 구체적·실제적인 마음회로이다.

이러한 회로를 따라 마음에 걱정이 자꾸 쌓이면, 신체적으로는 냄새에 민감해지고 그에 따라 입맛도 변하게 된다. 냄새가 좋으면 음식도 맛있게 느껴지게 되고, 역으로 선호하는 향이 없으면 입맛도 사라지게 되는데, 평소 코감기에 걸려 냄새에 둔감해지면 덩달아 입맛도 저하되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관계에 있어서는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면서 스타일을 마치 삶의 지혜인양 받아들이게 되고, 일을 도모할 때에는 늘 명분을 미리 세워놓고 그 안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습관을 갖게 되는데, 이러한 정신적 조건하에서는 외부환경의 습도 변화·조절에 따라 신체적 건강·질병 상태가 좌지우지되는 공통점이 있다. 요컨대 멘털이란 한 인간의 ‘인문-사회-자연적’ 행위구성방식을 총괄하는 것이다.

‘스마트(smart)’를 넘어 ‘인공지능(AI)’이 본격화하는 시절, 이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멘털을 학습하고 개발해야 건강도 성공도 장담할 수 있게 됐다. 단순한 마인드 컨트롤이나 소극적인 이미지 트레이닝 등을 넘어, 이른바 ‘멘털 피트니스(mental fitness)’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실질적인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확장훈련이 삶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