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남중국해發 ‘통상마찰’ 조짐

中, 특허분쟁 참여로 美압박
美, 中기업 규제 강화할수도
RCEP 추진 등도 차질 우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구성된 중재재판소가 12일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미국과 중국, 나아가 아시아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되고 있다. 우선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마찰이 예상되며, 중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국내외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무역위원회(ITC)는 중국산 냉연강판 생산업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았고, 적정한 가격 이하에 냉연강판을 미국에 판매해 미국 철강업계에 피해를 줬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500% 이상의 덤핑 관세를 물릴 계획이다. 남중국해 판결 이전부터 중국과 미국 사이에 무역 마찰이 시작되고 있던 셈이다.

안보와 연관된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에 가하는 압력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14년 중국 인민해방군 현역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 절취 등 6개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지난달 중국 휴대전화업체 화웨이에 북한을 비롯한 제재대상 국가와의 거래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또 지난 3월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해 미국에서 규제하는 품목을 이란에 판매했다는 점을 들어 미국 기업이 부품이나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도 했다.

중국은 적극적인 특허분쟁 참여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화웨이는 이달 초 미국 텍사스 주에서 미국 통신회사 T모바일을 상대로 이동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을 냈고, ‘바이리’라는 이름의 중국 휴대전화업체는 자국 내에서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자신들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중국해 문제로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국은 기업비밀 절취 등을 명목으로 삼아 중국 기업들을 더 강하게 규제하고, 그에 따른 미·중 간 불협화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경제분석가들의 대표적인 우려다.

특히 올해 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지 15년이 지나면 중국에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부여할지에 대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기 싸움이 더 거세질 전망이고, 이번 남중국해 판결은 이런 갈등을 더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RCEP 협상에 일본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도 참여하고 있지만, 일본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아세안 국가도 필리핀과 같이 중국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RCEP 협상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