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상륙작전’ 이정재 “‘애국심 강요’ 비칠까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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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상륙작전’ 주연 이정재

“자칫 애국심을 강요하는 영화로 보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6·25전쟁의 판세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 주연으로 참여한 배우 이정재(사진)는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의 의미가 강조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27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연합군이 인천에 무사히 상륙할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역할을 한 여덟 명의 해군첩보부대원들과 그들을 돕는 켈로부대(연합군 소속 한국인 스파이 부대) 요원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할리우드 배우 리엄 니슨이 맥아더 역을 맡았으며 이범수가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을 연기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이정재는 “오해를 받을 만한 방향으로 가지 않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우익영화로 보일 요소를 배제하기로 하고 제작자, 감독과 얘기를 했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영화적으로 만든 설정인지를 알아야 대화에 낄 수 있기 때문에 6·25전쟁과 관련된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제작자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재한 감독이 앞서 ‘포화 속으로’를 찍으며 우익영화에 대한 알레르기가 생겨 이 영화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빼고 가기로 의견 일치를 봤거든요.”

그럼에도 영화가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후 ‘국뽕(자극적인 방법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는 작품을 일컫는 속어)’ ‘반공영화’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평가는 관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죠. 많은 사람이 인천상륙작전을 맥아더 장군과 연합군이 다 한 걸로 알고 있지만 사실 그 작전을 도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어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영화에 참여한 것에 큰 의미를 둡니다.”

그가 연기한 해군첩보부대장 장학수는 소련 유학파 북한군이었다가 아버지가 이념 때문에 희생당한 후 전향한 인물이다. 이정재는 장학수가 지닌 아픔과 그가 해내야 하는 일에 대한 집념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며 영화의 중심을 잡아준다.

“이 영화가 마음에 든 건 전쟁영화의 틀 속에 속도감 있는 첩보작전을 풀어냈기 때문이에요. 첩보 장르의 팽팽한 긴장감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면 배우들이 연기 온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배우들과도 그런 부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눴고요. 그 점을 좋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최근 소속사를 나와 오랜 친구인 정우성과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린 그에게 “회사 대표가 됐으니 흥행 부담이 더 크겠다”고 질문을 던졌다. 또 연출이나 제작에 대한 관심도 물었다.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과 신인들에게 우리가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회사를 차렸어요. 대표가 됐다고 뭐 다르겠어요. 그저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470만 명)을 넘기기만 바랄 뿐이죠(웃음). 사실 흥행성적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을 잘 만들었다’거나 ‘기억에서 멀어진 인물들을 알게 됐다’는 반응을 더 기대해요. (정)우성 씨는 제작자로도 활동하고 있지만 저는 아직 연기 외엔 다른 생각이 없어요. 시간이 날 때 친한 감독님이 ‘연출부로 들어오라’고 하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