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1~12일 1박 2일간 제주 제주시 화북1동 삼화초 체육관에서 열린 ‘2016 소통·나눔·무럭무럭 넷볼(Netball) 사랑 힐링 캠프’에 참가한 학생·학부모·교사들이 넷볼 게임을 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삼화초 제공
제주 삼화초 ‘넷볼 캠프’
지난 11일 제주 제주시 화북 1동 삼화초등학교 체육관. 1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링에 골을 넣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슛이 빗나가 한숨을 내쉬다가도 이내 경기에 집중하는 삼화초 학생들은 성인 운동선수들 못지않게 진지했지만, 경기가 끝나고 엄마 품에 안기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이였다.
11일부터 1박 2일 동안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 후원으로 진행된 ‘2016 소통·나눔·무럭무럭 넷볼(Netball) 사랑 힐링 캠프’에서 70여 명의 학생·학부모·교사는 함께 ‘넷볼 경기’를 펼치며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기쁨을 배웠다.
여성 전용 농구게임인 넷볼은 1팀 7명으로 구성되며 볼을 패스해 링에 골인하며 점수를 겨룬다. 이 경기는 각 선수가 자신의 포지션에 맞는 범위에서 움직여야 해서 일반 농구보다 활동량이 적고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5학년 딸과 함께 이번 행사에 참가한 오진희(여·42) 씨는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넷볼 훈련을 한다고 집에서 나가길래 넷볼이 무슨 운동인지 궁금해 시작하게 됐다”며 “사춘기를 겪는 딸과 같이 운동하면서 아이를 더 이해하게 됐고 자연스레 딸의 사춘기도 무난히 지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씨는 “전국 최초로 결성된 어머니 넷볼 클럽인 교내 ‘넷볼맘 클럽’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며 “학부모들과 교류도 활발해지고, 평소 다가가기 어려웠던 선생님과도 친숙해졌다”고 전했다.
삼화초는 개교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넷볼’로 이미 전국에서 유명해졌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이찬혁(53) 교사가 제주도교육청 지원으로 학교에 ‘넷볼’ 동아리를 만든 후 학부모 넷볼 모임까지 만들어지면서 전국대회는 물론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여학생들은 2차 성징 때문에 남학생들과 같이하는 체육 활동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여학생들끼리 넷볼을 하며 협동심과 배려심을 배우고 골 성공에 대한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가볍게 시작했던 교내 넷볼 동아리인 ‘펀펀(FunFun) 삼화 넷볼’은 어느덧 넷볼 전문 선수 양성소가 됐다. 2015년 제주도내 학교스포츠클럽 넷볼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년 연속 교육감배 ‘전도 넷볼대회’에서 1등을 했다. 학생들은 오는 11월에 있는 전국대회 출전을 위해 매일 오전 8시 체육관에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이 교사는 “방학 때도 학생들과 훈련하며 계속 소통하다 보니 ‘사제갈등’도 줄어들고 오히려 서로 더욱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다”며 “지난해에는 학교폭력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학생들이 건전하게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펀펀넷볼 주장 이은혜(12) 양은 “넷볼을 시작한 이후 집중력이 향상됐다”며 “1학기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교 2등을 할 정도로 성적이 올랐고 성격도 활달해져 전교 회장도 맡았다”고 말했다. 이 양은 “훈련을 할 때는 선생님께 혼나 울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선생님”이라며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넷볼을 하며 체력을 많이 길러 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잡는 형사가 되고 싶다”는 이 양은 “중학교에 가서도 모교를 찾아와 후배들과 계속 넷볼을 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박효목 기자 soarup6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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