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명상 대가들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제대로 수행한 지도자의 지도를 받는 것이 명상 수련에서 올바른 깨달음과 식견, 빠른 성취를 얻는 데 중요하다. 한 여성이 숲 속 산사에서 조용히 마음을 고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7 명상의 근본태도 12가지 (上)
명상을 하면 자동으로 치유와 행복, 깨달음으로 연결되는 올바른 식견(識見)을 갖게 되는 것일까. 바라보고 명상해야 할 다양한 주제에 대해, 떠오르는 마음의 움직임을 알아채고 바라만 본다고 ‘바루기’로 연결되는지 궁금해진다. 이번 회에는 이런 의문에 대해 윤종모 성공회 주교에게 물어보았다.
―마음을 어떻게 디자인해 지니는가가 중요하고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는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명상하면 스스로 올바른 식견과 태도를 지니게 되는가요.
“이런 태도는 스스로 깨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사람에 따라 일생이 걸려도 단 하나의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명상의 대가들이 전해주는 가르침을 침묵 속에서 바라봄으로써 명상 수련의 기본 태도를 익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시골에서 조용히 살며, 오래 명상수련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여자에 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성을 요물(妖物)로 표현하며 명상 수련에 장애요소가 된다고 비난했습니다. 그것은 성욕으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의 문제이지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해보았지만, 그는 자신의 편견을 살펴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편견은 밝음이 아닙니다. 수련자의 생각이 밝지 않다면, 그는 아직 올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닙니다. 영성이 깊다는 성직자도, 속세를 등지고 구도에만 열중하는 수도자도, 다른 사람을 치유하겠다는 심리치료사도 모두 예외가 아닙니다.”
―앞서 수행한 명상 대가들의 깨달음과 식견을 배우는 게 중요하겠군요.
“테니스를 배울 때 기본기를 잘 배워야 하듯, 명상에서도 기본적인 태도를 밝게 가져야 올바른 깨달음과 마음의 평화, 치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치유 명상에 필요한 열두 가지 기본 태도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것들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입니다.”
열두 가지 태도 중 먼저 세 가지를 소개하고 다음 회에 이어진다.
◇보는 관점을 바꿔라 =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태도와 신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개성이란 측면에서 인정할 부분도 있으나, 문제는 건강하지 못한 태도와 신념입니다. 자기패배적인 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과 생각은 건강하지 못한 것입니다. 치유는 이것을 바꿀 때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생각과 행동이 편하므로, 또 그것을 바꾸는 것은 불안을 일으키기 때문에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종교적 신앙과 정치적 신념에 대해서는 자신의 존재 근거 자체를 무너뜨린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더욱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충고를 듣고 자기 생각과 행동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무의식 속에서 자신의 열등감이 자극받기 때문에 고치려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세상을 보는 관점입니다. 긍정적인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에 직면하더라도 비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객관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일에도 짜증을 내고 불만을 터트리곤 합니다. 명상 수련자는 최우선적으로 자기패배적인 태도, 부정적인 시각, 편견의 관점을 건강하고 입체적인 관점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판단하지 말라 = “사람들은 너무 쉽게 어떤 사물에 대하여 ‘좋다, 나쁘다’ 혹은 ‘선하다, 악하다’고 구분하여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태도와 가치관을 받아들여 내면화한 결과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정해놓은 가치기준에 따라 어떤 일이나 행동, 심지어는 자연스러운 감정까지도 자동항법장치처럼 즉각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저는 기독교인인 어느 중년 부인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잘생긴 남자를 보면 묘한 흥분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악한 마음이라고 판단해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히는 신경증이 생겼습니다. 마음속에 음욕을 품고 이성을 바라보는 것도 이미 간음한 것이라는 성경 말씀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감정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니 판단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라고 권고했습니다. 수없이 만나는 사람과 사건들, 끊임없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다 보면 마음속에 어떤 평화도 없고, 스트레스로 하루하루가 피곤해집니다. 화가 나면 ‘분노하고 있구나’, 슬프면 ‘슬퍼하고 있구나’ 하는 식으로 그냥 고요히 바라보도록 훈련해야 합니다.”
◇인내심을 가져라 = “명상 수련을 해도 어떤 깨달음이나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고 마냥 지루해지기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쉽게 명상 수련을 포기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명상에서 성취를 보이는데 나는 왜 안 될까?’ 하며 안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기간에 빠른 성취를 보이는 사람은 그만큼 준비가 됐기 때문입니다. 삶을 진지하게 대하고, 사물의 의미를 추구하고, 진리에 목마른 사람은 자연히 성취가 빠를 수밖에 없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계속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고, 수시로 판단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면 명상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빨리 보지 못합니다. 안달하지 말고,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here and now) 일어나는 마음의 분산, 불안, 초조, 두려움 등을 바라보십시오. 바라보다 보면 치유되고, 필요한 시간이 흐르면 성취를 이루게 됩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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