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영혁신, 기업문화를 바꿔라>함께 책 읽고 토론하고… 서먹하던 他부서와 ‘스킨십 소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7일 GS칼텍스 직원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27층에 마련된 소통공간 지음에서 직원들의 활동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⑧ GS칼텍스 ‘열린공간 지음’

미니 서고에 세미나실 등 설치
일부러 좁게 만들어 친밀감 줘
자유롭게 대화 나누며 휴식취해

매달 전문강사 초청 강좌 개최
인문학·IT 등 다양한 문화 체험

7일 점심 직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 27층 소통공간 ‘지음(知音)’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4인석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재밌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칸막이가 있는 창가 좌석에 앉아 진지한 얼굴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 지음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 바쁜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각자의 방식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가끔 임원들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분위기는 경직되지 않았다. 잘 설계된 공간이 얼마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GS칼텍스의 열린 소통공간 지음은 지난 2015년 4월 문을 열었다. 구성원간 원활한 소통과 협업 활성화를 위해 230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미니 서고가 있고 그 옆에 차분히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창가 좌석에는 독서를 위해 칸막이를 설치해놓았다. 화려한 색으로 꾸며놓은 4인석 테이블 5개는 일부러 비좁게 만들었다고 한다. 4명이 앉으면 불가피하게 신체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꺼리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 구성원들의 불만이 없다고 한다. 지음 한 편에는 70∼80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의실이 있고 편안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 소규모 세미나실도 설치돼 있다. 또 공짜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박재영 GS칼텍스 조직역량팀 팀장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지음을 만든다고 할 때 가뜩이나 사무 공간도 부족한데 왜 불필요한 시설을 만드느냐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며 “하지만 지음을 오픈한 뒤 직원들의 호응이 워낙 높다 보니 이러한 얘기는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경영진의 관심도 높았다.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은 평소 열린 소통을 늘 강조했는데 지음 설치는 이러한 허 부회장의 생각이 적극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지음은 철저히 직원들의 입맛에 따라 만들어졌다. 대규모 소통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고 인테리어 역시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공간 명칭도 사내 공모를 통해 현재의 지음으로 정했다. 창가 좌석에 칸막이를 설치한 것도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며 의도적으로 좌석을 비좁게 만들면 스킨십을 통해 구성원들끼리 더 친해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수렴했다.

박 팀장은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회사라도 자신이 속한 부서 사람들, 업무 연관이 있는 부서 사람들 그리고 입사 동기 이외에는 알고 지내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지음이라는 공간을 통해 GS칼텍스 구성원간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했고 이러한 만남이 축적되면 원활한 협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음에선 매달 전 직원 대상 강좌가 열리고 있다. 주제는 인문학, 건강, 정보기술(IT) 트렌드 등 다양하다. 작가, 벤처기업 대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외부 강사가 동원된다. 공간 사정 때문에 사내 공지를 해 강좌 참여 신청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 하루 만에 신청을 끝날 정도로 인기가 좋다고 한다. 김한규 GS칼텍스 대리는 “지음은 활력소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라며 “지음에서 강좌가 열리면 종종 신청하는데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원할 경우 소규모 강좌가 신속하게 마련되기도 한다. 이번 여름휴가 때 유럽 여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주축이 돼 유럽 여행 특강 요구가 있었고, 회사는 발 빠르게 외부 여행 전문가를 초빙해 강좌를 열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