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눈물 최은영(오른쪽) 전 한진해운 회장이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 함께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 답변을 하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의원들‘무책임 행보’질타에
“前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
일감몰기·연임로비 등 의혹
민유성·강만수도 증인 출석
여야, 불출석한 홍기택 고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서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모럴해저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회장은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현 사태의 책임을 통감하느냐. 사재를 출연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하고, “제가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고 이른 시일 내에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 20일 사임할 때까지 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한 날들을 생각하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보고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한진해운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찾아달라”고 말하며 수차례 울먹이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최 전 회장이 전 경영진으로서 현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보다는 되레 한진해운으로부터 매년 140억 원의 건물 임대료를 챙기는 등 무책임한 행보를 보인 점을 질타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내 1위의 해운사를 휘청이게 해 놓고도 잇속을 챙기고 빼앗고, 경영자의 의무는 물론 국민의 의무마저도 저버렸다”며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지라”고 말했다. 최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 챙겨 나오면서 한진해운의 ‘알짜’ 회사인 싸이버로지텍과 유수에스엠 등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싸이버로지텍은 일감 대부분을 한진해운으로부터 받으면서 영업이익률이 44.5%에 이르는 등 급성장했다. 유수홀딩스는 한진해운 사옥을 소유해 매년 건물 임대료로 140억 원씩을 챙기고 있다. 최 전 회장은 유수홀딩스 계열사를 통해 100억 원대의 호화 요트인 ‘페레티 780’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직전에 본인과 두 자녀가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주식 97만 주 전량을 매각해 약 10억 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수익은 제 주머니로, 손실은 사회에 떠안기는 불량 기업인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 회계와 남상태·고재호 전 사장의 비리가 드러난 기간에 한국산업은행을 맡았던 민유성·강만수 전 행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지인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도록 당시 남 전 사장 등에게 여러 차례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 전 행장은 남 전 사장이 연임할 수 있도록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분식회계와 연임 로비 의혹 등은 낙하산 인사로 인해 내부적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적 이익을 위해 부실기업을 국민 혈세로 연명시킨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야 3당은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끝내 출석하지 않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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