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품 팔던 할배·산동네 오르던 할매… 그때 그시절 ‘구수한 이바구’ 들어보이소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의 4번째 코스가 지나가는 부평시장.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인 부평시장은 온갖 먹거리 포장마차들이 늘어서는 야시장이 명물이다.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부산에서는 ‘이야기 할배·할매’가 안내하는 원도심 스토리 투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푸른 바다와 흰색의 집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빚어내는 부산 영도의 흰여울 마을. 부산 원도심 투어의 다섯 번째 코스가 이 마을의 골목을 지나간다.

‘한가위 문화·여행주간’… 18일까지 특별프로그램

- 부산 원도심 스토리투어
먹거리·볼거리연계 ‘5개 코스’
애환 가득 자갈치시장 지나면
왜관·일제수탈 현장이 한눈에
국제시장·책방골목 둘러보고
‘흰여울마을’선 도시경관 감상

- 인천 무료 시티투어 여행
차이나타운·개항장 ‘역사체험’
‘송도구간’선 쇼핑 즐거움 만끽

- 대구 흥겨운 민속놀이 풍성
대구박물관선 창작연희극 진행
송편비누·청사초롱 만들기 등도

한가위 추석 명절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자체와 함께 ‘한가위 문화·여행주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추석 연휴가 이어지는 오는 18일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문화·여행 상품을 풍성하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전국 곳곳에서 문화와 여행을 결합한 한가위 특별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주요 관광·문화시설 입장권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 문화와 축제를 연계한 여행코스도 개발돼 전국 곳곳에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풍성하게 제공된다. 추석 연휴를 명절의 의미를 넘어서 가족과 함께 즐기는 다양한 여행의 기회로 확장해 관광 내수 소비를 진작하고,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이번 문화·여행주간의 목표다. 문체부와 지자체가 함께 만든 문화·여행주간의 차림표 중에서 맛깔스러운 것들을 미리 열어봤다.


# 도시의 역사를 찾아가다…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

‘한가위 문화·여행 주간’ 중에 진행되는 한가위 특별 프로그램 중 간판격이 바로 부산에서 연휴 기간 내내 운영하는 ‘이야기 할배·할매가 간다…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다. ‘부산 원도심’이란,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심, 즉 부산의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등을 말한다. 이들 지역에 산재한 근대 역사문화자원에다 부산의 먹거리, 볼거리, 쇼핑 등을 연계해 만든 것이 바로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 프로그램이다.

부산 원도심 스토리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부산의 경관자원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근대 역사문화자원을 소재로 한다는 것과 이들 지역에서 청춘을 보낸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행 가이드 격인 ‘이야기 할배·할매’가 돼서 입체적으로 관광객들을 안내한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어려웠지만 따스했던 지난 시절을 어르신들의 증언과 안내로 생생하게 돌아보는 여행프로그램인 셈이다. 중년 이상에게는 과거의 아릿한 추억을, 젊은이들에게는 근대사와 도시의 과거를 흥미롭게 들춰볼 수 있어 그야말로 명절에 딱 맞는 여행프로그램이다.

부산의 원도심 투어는 모두 다섯 개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첫 번째가 ‘영도 다리 건너 깡깡이 길을 걷다’는 이름을 내건 코스다. 부산의 영도다리는 남항과 북항을 나누는 경계다. 영도다리 인근의 남항이야말로 오래전부터 부산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 부산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생선을 잡아 좌판 행상을 하거나 날품을 팔던 자갈치시장과 건어물 시장이 지척에 있다.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을 애타게 찾는 곳이기도 했고, 조선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해상교통의 중심 항이자 국내 최대의 수산기지이지만, 아직도 찝찔한 부산의 바다 내음이 가장 진한 곳이기도 하다. 투어 프로그램은 영도다리와 수리 조선소길을 거쳐 조선소 발상지, 영도 도산장, 용신당 등을 둘러본다.

두 번째 코스는 일본과의 교역의 중심이 됐던 부산포 일대를 둘러보는 ‘용두산 올라 부산포를 바라보다’이다. 이 코스에서는 조선침략을 위해 왜관을 설치하면서 일본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용두산공원 일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봉아 주차장, 관수가, 광복로, 초량 왜관 터, 부산근대역사관, 대각사 등을 둘러보며 일제강점기의 부산과 그 이후의 근현대사의 공간을 둘러보게 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부산의 가파른 산복도로를 끼고 촘촘하게 들어선 집들. 산복도로를 끼고 좁은 골목을 따라 걷는 ‘초량동 이바구길’ 코스는 부산 원도심 투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 초라했지만 따스했던 도시의 과거

세 번째 코스가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초량동의 ‘이바구길’을 걷는 코스다. 부산항과 가까운 초량동 일대에는 다양한 문화의 자취가 깃들어있다. 초량동은 일제의 수탈과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피란민들이 몰려들어 가파른 비탈에 판잣집을 짓고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좁고 허름한 골목마다 뜨겁고 진한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최초의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인 백제병원과 최초의 창고인 남선창고 등이 이곳에 있다. 백제병원과 남선창고터, 초량교회를 비롯해 가파른 산동네를 오르는 168계단, 전망대, 이바구공작소 등 산복도로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

싱싱한 생명력으로 펄떡거리는 부산의 시장을 둘러보는 ‘국제시장을 기웃거리다’가 4번째 부산 여행코스다. 국제시장은 이름 그대로 물건을 사고팔면서 신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던 곳이었고, 부평시장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으로 최근에는 다양한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관광 야시장이 열려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에 부산영화제(BIFF) 광장이 있어 부산 국제영화제의 역사가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군것질거리를 맛보면서 영화 ‘국제시장’에 등장하는 ‘꽃분이네’와 보수동 책방골목 등을 들러볼 수 있는 코스다. 다섯 번째 코스는 앞선 네 곳의 코스와는 달리 차분하게 바다와 도시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흰여울마을을 만나다’라는 코스다. 흰여울마을은 영도의 절벽에 자리 잡은 문화마을. 세계적인 관광지인 이탈리아의 해안마을 ‘친퀘테레’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인데, 영도 경찰서와 절영해안산책로, 변호인 촬영지, 예술공방 등 흰여울 마을 일대의 골목을 걸으면서 바닷가 마을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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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짜로 즐기는 시티투어 ‘인천’

인천은 ‘무료 시티투어 버스 운행’을 이번 추석 프로그램으로 내세웠다. 추석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8일까지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기간 동안 한복을 입은 이용객은 시티투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천 시티투어는 최근 관광명소를 이어 목적지까지 편도 운행하는 이른바 ‘테마형’에서 인천의 관광명소로를 두루 돌아보는 순환형 코스로 전환해 1일 1티켓으로 하루 동안 각 정류장에서 자유로이 승·하차를 하며 인천관광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한번 티켓을 구입하면 횟수 제한 없이 타고 내릴 수 있어 차분하게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25인승과 45인승 버스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인천역과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1일 9회 순환하며, 1시간 간격으로 운행된다. 버스에는 문화관광해설사가 동승해 운행코스와 주변 관광지 등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시티투어의 코스는 두 가지. 월미·개항장 구간 투어는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개항장거리, 신포국제시장, 월미도 등 인천의 과거와 역사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를, ‘송도’ 구간 투어는 송도센트럴파크, 송도컨벤시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인천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신명소를 들러본다. 한복을 입고 인천역 관광안내소나 인천종합관광안내소(컴팩스마트시티 옆)에서 당일 시티투어 무료티켓을 받아 탑승 시 제출하면 된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번만 표를 끊으면 하루 동안 무제한 타고 내릴 수 있는 인천의 시티투어 버스. 추석 연휴 기간에 한복을 입고 가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왼쪽 사진) 지난해 추석 국립대구박물관 야외무대에서 열린 국악 공연. 올해도 대구 곳곳에서 전통문화공연과 체험행사가 열린다.

# 도시 곳곳 흥겨운 명절 분위기 ‘대구’

대구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곳곳에서 진행해 도시 전체를 명절의 흥겨운 분위기로 단장한다. 국립대구박물관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경상감영공원, 대구문화예술회관 특설무대, 대구과학관 등에서 동시다발로 민속공연이나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이 국립대구박물관에서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한가위 맞이 문화행사 한마당’이다.

이 행사는 창작연희극, 전통체험, 민속놀이, 영화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창작 연희극 ‘용을 쫓는 사냥꾼’은 용을 쫓는 사냥꾼들의 황당한 모험기를 전통연희의 화려한 동작과 타악 퍼포먼스, 댄스 등으로 표현해낸 것으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박물관 야외마당에서는 짚풀 알밤 바구니 만들기, 송편 비누 만들기, 청사초롱 만들기, 전통의복 체험, 널뛰기, 대형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대형 활쏘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를 진행한다.

15일 오후 5시부터 대구문화예술회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리는 ‘한가위 신명 한마당’ 행사도 프로그램이 충실하다. 무대 위에서는 대구시립국악단의 민속합주와 한국무용, 경기민요 등 국악공연이 펼쳐지고, 미술관 앞마당에서는 팽이치기, 윷놀이, 투호, 굴렁쇠 등 전통놀이체험 마당이 진행된다.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