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TV몸짱들, 다 어디로 갔나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양정원

건강미 눈길 ‘몸방’ 주역들
최근들어 방송 출연 급감
고정 아닌 게스트로 나설 뿐

다양한 입담·에피소드 등
차별화된 콘텐츠 못보여줘
‘시각적 요소만 부각’ 한계

“그 많던 트레이너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한 예능 PD에게 물었다.

“유행은 금방 바뀌잖아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이 돌아왔다.

근 1년 사이 ‘쿡방’이나 ‘먹방’만큼 인기를 끈 장르는 ‘몸방’이었다. 소위 말하는 ‘몸짱’ 트레이너들을 대거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문 트레이너들이 경쟁하는 머슬마니아 세계대회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톱5에 든 유승옥을 필두로 예정화, 정아름, 심으뜸, 레이양, 양정원 등이 각광받았다.

빼어난 몸에 대한 관심은 꾸준했다. 사회적으로 몸짱 열풍이 불며 대중의 시선은 스타의 얼굴에서 몸으로 향했다. 섹시스타의 계보를 잇는 엄정화와 이효리를 거쳐 얼마 전까지 배우 클라라와 이태임, 방송인 강예빈 등이 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잇달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연예 활동을 중단하면서 외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춘 스타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됐다.

이런 대중의 색안경을 벗긴 키워드는 ‘건강미’다. 보여주기 위한 몸이 아닌, 체계적인 운동으로 다진 몸을 통해 기존의 섹시함보다는 건강함을 강조하며 다시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됐고, 방송 제작진은 앞다퉈 이들을 섭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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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미식축구월드컵 국가대표팀 스트레칭 코치였던 예정화에 이어 피트니스 강사인 양정원을 출연시켜 재미를 톡톡히 봤다. KBS 2TV ‘개그 콘서트’와 tvN ‘SNL코리아’는 정아름을 특별출연 형식으로 섭외해 많은 기사를 양산하는 효과를 거뒀다. 케이블채널 온스타일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더 바디쇼’를 시즌4까지 제작하며 유승옥, 레이양, 정아름 등을 순차적으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현재 방송가에서 이들의 출연 빈도는 크게 줄었다. 간간이 게스트로 출연하곤 하지만 고정적인 역할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이는 ‘전문성 결여’가 빚은 결과다.

몸이라는 소재가 대중의 관심을 받을 때는 부름을 받지만 다양한 에피소드와 입담, 다른 연예인들과의 친분 관계 등을 통해 제 밥그릇을 찾아야 하는 방송가에서 롱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SBS 예능국 관계자는 “몇몇 제작진이 그들을 고정 패널로 섭외해 다양한 시도를 해봤지만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그들이 전문 방송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몸을 제외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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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두고 프로그램 제작진이 ‘대중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TV 예능의 특성에 맞게 몸짱 트레이너들을 ‘소모’할 뿐, 장기적으로 발전할 기회는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TV에 출연하는 몸짱 트레이너들은 대부분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거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던 대중도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관련 프로그램의 게시판이나 기사의 댓글에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한때 주목받았던 트레이너 A는 “음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의 게스트로 섭외가 왔는데 ‘몸매가 부각되는 의상을 준비하면 좋겠다’는 주문을 받았다”며 “나를 섭외하며 제작진이 어떤 효과를 원하는지 알고 있지만, 이런 요구가 반복되면서 내 정체성에 대한 회의가 들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몸짱 열풍 역시 숱한 유행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육아 예능에 이어 2015년 최고의 히트 상품이었던 쿡방·먹방과 함께 주가가 상승했던 셰프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한풀 꺾였듯, 몸짱에 대한 관심 주기는 더 짧았을 뿐이다. 그게 방송의 생리다.

유명 스타들을 담당하는 윤태식 골든핏짐 트레이너는 “TV에 몸짱이 자주 등장하며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이들이 단기적으로 늘었지만 지속성은 부족했다. 방송이 여전히 대중에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라며 “‘몸을 만든다’는 것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과 더불어 건강을 챙긴다는 의미인데 방송에서는 다소 시각적인 것만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