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충청남도교육청이 주최한 ‘사제동행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난 22일 충남 청양 숭의청소년수련원 강당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뒤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 제공
충남교육청 ‘사제동행 캠프’
“아직 한국말이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지만, 제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고맙습니다.”
지난 22일 충남 청양 숭의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스승존경 사제동행 캠프’에 참가한 충남 금산 군북초등학교 박은산(13) 양은 ‘내 마음의 선생님께 편지쓰기’ 프로그램에서 이 같은 속마음을 털어놨다. 박 양은 “교실에선 친구들과 다투기만 해서 선생님께 죄송했는데, 캠프 활동에서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장명수(46) 교사는 “필리핀 다문화가정에서 자라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은산이가 울먹이며 편지에 속마음을 담아 고백하니 주변 선생님들도 모두 놀랐다”며 “캠프에서 학생과 선생님의 유대가 끈끈해지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충청남도교육청에서 주관한 이번 스승존경 사제동행 캠프에는 충남 지역 초·중·고교생 245명과 선생님 11명이 참가해 2박 3일간 함께 했다. 첫째 날 궁남지와 정림사지, 부여박물관 등 백제문화 유적지를 방문하는 부여 탐방을 시작으로 둘째 날부터는 ‘드론 날리기’와 ‘미꾸라지 잡기’ 등 수련원 내 활동이 진행됐다. 둘째 날 밤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캠프파이어 앞에 모여 앉아 한바탕 대화의 꽃을 피웠다.
교탁에만 있던 선생님들이 학생들과 다양한 학교 밖 활동을 하니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충남 천안 성환고등학교 성가을(17) 양은 “사실 캠프에 오기 전에 꾸중을 들어 선생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2박 3일 동안 선생님과 지내며 많은 대화를 나눈 뒤 선생님을 더 존중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정원교(17) 군은 “캠프 기간 중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선생님이 학생들을 챙겨 주셔서 ‘함께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기회가 된다면 캠프에 또 참가해 선생님과 새로운 유적지도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 강경여자중학교의 백승준(32) 교사는 이번 캠프의 백미로 모든 활동이 끝난 후 이어진 제자들과의 ‘진실게임’을 꼽았다. 백 교사는 먼저 학생들 숙소로 찾아가 제자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는 “제가 마음을 여니 학생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고, 몇몇 무리로 나뉘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들도 오해를 풀고 화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백 교사는 “저는 기억을 못 하지만 지나가는 말로 ‘요즘 힘이 없어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던 말들까지 제자들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을 배려하면 더 큰 존중으로 보답 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백 교사와 3일 동안 함께 했던 최은서(14) 양은 “선생님이 저희를 위해 캠프도 신청해 주시고, 프로그램 내내 재밌는 사진도 같이 찍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면서 “학교 밖에서 선생님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된 것보다 선생님과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는 점이 더 좋았다”고 웃어 보였다.
이번 사제동행 캠프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계기였다. 성환고등학교의 엄지현(여·49) 교사는 “캠프 이전에는 제자들에 대한 욕심이 강해 ‘내 제자들이 이 정도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조금이라도 주변에 피해를 주거나 말을 듣지 않는 학생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심하게 다그쳤었는데…”라며 반성의 뜻을 밝혔다. 엄 교사는 “하지만 캠프에 와서 항상 혼내기만 했던 아이들이 오히려 저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 하나하나가 참 소중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면서 “제게 이번 캠프는 ‘스승 존중’이 아닌 ‘학생 존중’ 캠프였다”고 말했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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