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2일 제주 우도면 서광리 우도중 체육관에서 교사와 여학생들이 킨볼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우도중 제공
제주 우도中 ‘등댓불 스포츠클럽’
“선생님과 함께 땀 흘리며 체육 활동을 즐기게 되고 나니, 전에는 지루했던 학교생활이 더욱 재미있고 활기차게 변했어요.”
지난 9월 27일 제주 우도면 서광리 우도중 운동장에서 진행된 ‘2016학년도 등댓불 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한 김주원(15) 군은 “평소 어른들로부터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을 자주 들었는데, 올해부터 학교에서 시작한 스포츠 클럽 활동에 참여하면서 이 말을 실감하게 됐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김 군은 “실제 열심히 운동하고 난 뒤 건강은 물론 수업시간 때 집중력도 훨씬 좋아졌다”며 “무엇보다 전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던 선생님과 운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친해지면서 소통과 이해가 깊어진 점에 대해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 우도중학교가 스승과 제자,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교내 스포츠 프로그램 활성화를 통해 사제간 소통과 유대감 강화를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 학교 측은 점차 사라져 가는 교권존중 풍토를 되살리기 위해 사제동행 및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남학생)과 목요일(여학생)에 진행되는 체육 활동에는 1∼3학년 재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 등 지역주민까지 참가신청서만 제출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등댓불 스포츠클럽 운영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활성화 지원금 200만 원을 지원했다. 30여 명에 이르는 전교생 모두 프로그램을 신청해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고 학교 측은 전했다.
오동준(47) 체육 담당 교사는 부족한 예산 상황 등을 고려해 재능기부를 통해 학생들에게 스포츠 종목인 킨볼을 지도하고 있다. 1984년 캐나다 체육학자인 마리오 두마가 고안한 킨볼은 크고 가벼운 전용 볼을 이용해 세 팀이 서브와 리시브를 주고받으며 점수를 내고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다. 오 교사는 “킨볼이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0∼20분만 배우면 남녀노소 쉽게 즐길 수 있고 해외에서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운동이어서 교육 종목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오 교사는 “실제 학생들과 교사,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우러져 경기를 진행하면서 게임 자체를 즐기는 것은 물론, 협동의 중요성과 승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등의 학습효과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체력과 건강증진, 학업능력 향상과 함께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 예방, 사제간 소통과 공감 문화 확산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번 체육 활동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황은지(15) 양은 “딱딱한 분위기의 교실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체육 활동을 하다 보면 기분 전환도 되고 주변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짐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황 양은 “그래도 가장 좋은 점은 선생님과 친구, 선후배들과 마음을 터놓고 평소 못했던 얘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황 양은 “요즘 교권이 위기라고 하지만 선생님과 학생이 소통을 통해 진심을 서로 나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체육 활동 프로그램이 꾸준히 유지되고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영택(61) 우도중 교장은 “균형 있는 음식섭취가 중요하듯 국어·영어·수학 등 중요 과목 외에 다양한 체험학습을 제공해 학생들이 인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장은 “특히 앞으로 ‘우도 사랑 탐험 동아리’ 등 지역 사회에 대한 정체성 교육도 병행해 사제간 이해와 배려, 교권회복 풍토가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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